7년 전 뉴질랜드에서 어린 남매를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창고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던 한국인 엄마가 현지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클랜드 고등법원은 전날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이모(44)씨에게 가석방 없는 최소 17년의 복역 기간을 포함한 종신형을 선고했다.
제프리 베닝 고등법원 판사는 이씨가 남편과 사별한 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베닝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신체·정신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을 살해했다”며 “(피고인은)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남편에게 크게 의존했고, 남편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대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행 동기에 대해 “잔혹하게 빼앗긴 과거의 행복한 삶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아이들을 곁에 두는 게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 경호원과 통역사 사이에 선 이씨는 판사가 선고를 내리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2018년 범행 당시 아이들에게 항우울제를 먹인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2017년 암으로 남편이 사망한 뒤 충격을 받아 우울증에 걸렸다”며 “범행 당시 정신 이상으로 심신 미약 상태였기 때문에 살인 혐의는 무죄”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의 범행은 2022년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드러났다. 그는 2018년 6~7월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9살 딸과 6살 아들에게 항우울제를 넣은 주스를 먹여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어 창고에 유기하고 한국으로 도주했다.
범행은 4년 가까이 묻혀 있었으나 한국으로 도피한 이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창고 임대료를 체납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창고 측이 보관 물품을 온라인 경매에 부쳤고 2022년 8월 이를 낙찰받은 현지인이 가방 속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했던 이씨는 범행 후 한국으로 도주해 이름까지 바꾸고 숨어 지냈으나, 결국 2022년 9월 울산에서 검거돼 뉴질랜드로 강제 송환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