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사망한 모친으로 변장해 3년 동안 연금을 받아온 50대 남성이 신분증 갱신 과정에서 결국 덜미를 잡혔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전직 간호사인 56세 남성 A씨가 사망한 모친(당시 82세)의 시신을 신고하지 않고 집안에 숨겨두며 연금을 계속 수령해 왔다고 보도했다.
모친이 사망했을 당시 실직 상태였던 A씨는 연금 수령을 이어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모친으로 보이기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발을 쓴 뒤,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화장을 하는 등 외모를 흉내 냈다. 모친의 시신은 침대 시트와 침낭으로 감싸 집안에 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극은 이달 초 만료된 모친의 신분증을 갱신하러 지역 정부 청사를 찾으면서 발각됐다. 담당 직원이 ‘85세 노인’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젊은 손 피부를 보고 의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탈리아 보르고 비르질리오 시장 프란체스코 아포르티는 “적발 당시 그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입술에는 립스틱을, 손에는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었다”며 “목과 손에는 보석을 걸치고 있었고, 귀에는 구식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포르티 시장은 “그가 여성 목소리를 흉내 내려고 했지만 중간중간 남성적 음색이 섞여 들렸고, 손 피부 역시 85세 노인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A씨의 집을 수색한 결과 모친의 시신은 이미 미라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은 부검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A씨는 불법 시신 은닉과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A씨는 모친의 연금과 자신이 보유한 주택 세 채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합쳐 연간 약 5만3000유로(약 8949만원)를 벌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