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면 근손실?” 위고비 연구가 뒤집어…1년에 3㎏ 내외

입력 2025-11-26 06:50 수정 2025-11-26 09:55
2023년 10월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한국 출시 행사장에 위고비 모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비만 치료의 최대 딜레마는 ‘근손실’이다. 체중이 줄어들 때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함께 빠져나가며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결국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변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치료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이런 체중 감량의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실제 임상 결과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내분비 분야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 비만 및 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위고비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를 분석한 SEMALEAN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프랑스 연구진이 평균 체질량지수(BMI) 46에 달하는 초고도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위고비 투여군은 전체 감량 체중 약 82%가 지방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근육 손실은 1년에 약 3㎏ 내외로, 전체 감량분의 18% 수준에 그쳤다. 통상적인 다이어트가 급격한 근육 감소를 동반하는 것과 달리 위고비는 근육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지방 중심으로 체중을 줄인 셈이다.

또 연구 전 전체 환자의 49%에 해당하던 ‘근 감소 비만(sarcopenic obesity)’ 환자 비율은 1년 후 33%로 급감했다. 근 감소 비만은 근육량은 부족하고 지방은 많은 상태로, 노년기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체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악력 등 근기능 지표가 오히려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과 달리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처방 결과를 추적한 ‘리얼월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약물의 장기적인 효과와 실제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 결과는 위고비가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몸의 구성과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치료제임을 보여주는 근거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