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이재명 흉봐도 좋다”…동포와 즉석 타운홀미팅

입력 2025-11-26 05:00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지상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앙카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현지 동포 140여명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이 대통령 모두발언 뒤 비공개로 헤드 테이블 중심으로 대화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취재진에 공개된 상태로 교민들이 현지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자유롭게 건의하는 ‘즉석 타운홀미팅’ 형태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튀르키예와 대한민국은 특별한 관계로, 앞으로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며 함께 갈 예정”이라며 “교민들이 그 가교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교민들은 대사보다 더 중요한 대한민국의 얼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5200만명, 교민들까지 하면 6000만명이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다 우리나라의 주인 아니냐”며 “그분들 개인의 목소리가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헤드 테이블에 앉은 인사들의 목소리만 청취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참석자 모두에게 발언권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시도록 기회를 드리겠다. 이재명 흉을 봐도 괜찮다”며 “언론인들도 (행사장 안으로) 다시 들어오시라”고 말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동포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자신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사업회 회장’이라고 밝힌 한 교민은 “참전용사 중 실종된 분이 890여분 계신다. 이분들에게 생존해 돌아온 분들과 동일하게 훈장과 표창장을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스탄불과 참전용사 추모공간 건립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업이 잘 진척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달라는 건의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대사관에서 (추모공간이 잘 조성되도록) 챙겨달라. 본국 정부와 튀르키예 정부도 협의해달라”며 “건설비용 등은 본국에서 지원해줄 수 있을지 검토해달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보훈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참전 전사자 (지원 확대) 관련 특별 지시를 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간담회 중에는 ‘혼인비자’로 입국한 한국인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이혼을 하면 15일 안에 튀르키예를 떠나야 하는 규정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 한국어 학습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교수들이 노동비자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건의 등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비자제도의 경우 (튀르키예가) 모든 국가에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인 만큼 한국 교민들에 대해 특별히 제도를 바꾸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마침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했으니 예외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걱정되는 나라’에서 ‘걱정되지 않는 든든한 나라’로 바뀌어 가는 중”이라며 “여러분이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이 여러분을 걱정하며 든든한 지지자가 돼 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앙카라=최승욱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