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가 부산시 종합감사에서 인사·세금·공사·행정 전반에 걸쳐 23건의 위법·부당 사례가 적발됐다. 특히 승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직원 12명을 승진시키고 근무평정 순위까지 바꿔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인사 공정성이 뿌리째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아 수억원을 방치한 데다 공사와 보조금 사업에서 부당 지급까지 확인되면서 행정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종합감사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10일간 감사 인원 8명을 투입해 2021년 4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수영구가 추진한 업무 전반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조사 결과 수영구는 최근 4년 동안 인사 평정 서열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교육훈련 시간이 부족한 직원들을 승진 심사·승진임용에 포함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작된 평정 점수가 승진 후보자 명부에 반영되면서 실제 승진자와 탈락자가 뒤바뀐 사례도 있었다. 감사 결과 인사·평정 업무 담당자 15명이 훈계·주의 조치를 받았다.
세금 관리 부실도 심각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와 장기임대주택 취득세 감면자의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26건, 총 13억8849만원의 취득세를 추징하지 않았고 감면 요건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법원의 과태료 재판 결과가 통보됐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해 913만원을 부과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고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역시 오수량 산정 오류로 4654만원을 과소·누락했다. 시민이 낸 세금은 꼬박 챙기면서 정작 행정이 걷어야 할 세입은 허술하게 관리한 셈이다.
공사와 보조금 사업에서도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 복지관 기능보강사업에서는 정산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에서만 2634만원을 과다 지급했고, 건축공사에서 사용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548만원도 그대로 지급됐다. 공사를 5개로 쪼개 자활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까지 적발돼 예산 절감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지적이다.
건설공사 전반의 설계·정산 관리도 부실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시행된 12건 공사에서 운반비·가설비·환경 관리비·안전 관리비 등이 잘못 계상되거나 미정산돼 총 3458만원이 과다 지급됐다. 분리 발주해야 할 전기공사를 면허 없는 업체에 맡긴 사례도 있었다. 항공사진 판독 자료를 수개월간 조사하지 않아 무단 증축 등 위반 건축물을 방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지역 축제·행사 운영에서도 관리 부실이 반복됐다. 행사 대행계약에서 하도급 승인 절차가 빠졌고 안전요원 배치 인원은 행사 종료 후 일괄 수정되는 등 공공 기록물 관리도 허술했다.
불법 옥외광고물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허가 없이 설치된 간판 16개소에 대해 계고만 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아 수년째 방치됐고, 표시기간이 만료된 광고물 4건도 연장 신고 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사망자 명의 차량이 불법 주정차에 반복적으로 적발됐는데도 운행 정지 예고나 수사 의뢰 등 필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 운행 중인 이른바 ‘대포차’가 방치한 셈이란 지적이다.
시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로 총 66명(주의 51, 훈계 15)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2억8513만원의 재정 조치를 내렸다. 시는 수영구에 적발된 모든 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통보했다. 생활과 직결된 핵심 행정 분야에서 구조적 오류가 반복된 만큼 조직 운영과 내부 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