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최근 경기도 가평군의 한 펜션으로부터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예약일 전날 펜션 측으로부터 “커플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친구와 간다고 답했더니 “커플만 이용 가능한 숙소”라며 이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몇 달 전부터 중학교 친구와 어렵게 날짜를 맞췄는데 주변 펜션도 모두 만실이라 결국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친구끼리는 이용이 제한된다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아 설명을 요청했지만 펜션 측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24일 주요 숙소 예약 플랫폼에선 여러 유명 펜션의 공지사항에 올라온 ‘커플 또는 가족만 예약 가능’이라는 안내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커플 전용’을 내세운 이 같은 운영 방침으로 인한 예약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박모(31·여)씨는 “여자친구 4명과 강원도 고성의 한 펜션을 찾았다가 사장이 ‘가족만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를 못 봤느냐’며 투숙을 막았다”며 “실랑이 끝에 겨우 들어갔지만 불쾌했다”고 말했다.
일부 펜션 업주들은 이러한 제한 이유로 ‘소란·음주·파티’ 문제를 든다. 가평의 한 펜션 사장은 “문신이 있는 남성 단체가 와서 고성방가하거나 시설을 훼손한 사례가 있었다”며 “그 이후 동성 예약은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커플 조건이 숙소명이나 첫 화면이 아닌 안내문 하단에 기재돼 미리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 보기’를 눌러 긴 설명을 모두 펼쳐봐야만 ‘커플만 가능’ 등의 제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과도한 고객 가려 받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지적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커플 전용 동성 숙박 불가능’ 등의 조건은 사이트 전면에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며 “고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예상치 못한 비용과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가려 받기에 따른 위약금 분쟁 통계는 파악되지 않지만 숙박플랫폼의 전반적인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증가세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달 29일 주요 7개 숙박플랫폼의 피해 구제 신청 건수가 2022년 1428건에서 2023년 1643건, 지난해 1919건 등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주요 7개사는 아고다, 여기어때, 놀유니버스, 네이버,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트립닷컴이다.
7개사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2064건의 피해구제 신청 사유를 분석한 결과 위약금 분쟁이 49.1%(1013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계약불이행 또는 불완전이행 관련 분쟁 26.3%(542건), 정보제공 미흡 7.8%(161건) 순이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