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은행권 가계대출도 2%대 ‘긴축’ 목표… 대출 셧다운 반복되나

입력 2025-11-25 17:53 수정 2025-11-25 17:54

올 하반기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맞춰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던 은행들이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로 올해와 비슷한 2% 안팎을 겨냥하고 있다. 긴축적 목표 설정이 이어지면서 연초 잠시 대출이 풀렸다가 고비마다 ‘셧다운’이 이어지는 양상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은행들에게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제출하도록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년 주요 거시지표가 나오는 12월쯤 은행권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해왔고, 올해도 조만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부터 금융 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왔다. 현재 1.8~1.9%를 오가는 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회 예산정책처 등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감안하면 최고 3%대 후반 안팎의 증가율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은행권은 자발적으로 상한선의 절반 수준에서 목표치를 설정하는 분위기다. A은행 관계자는 “명목GDP 전망이 내년과 비슷했던 올해도 연초에는 2% 정도로 목표치를 설정했고, 내년 목표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제출할 것 같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도 “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올해보다 높게 제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은행들이 또 다시 긴축적 목표를 내걸면서 내년에도 ‘대출 절벽’이 빈번하게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연초에는 대출이 정상적으로 접수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가액이 목표치에 근접하다 보면 올해처럼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 주요 상품 신규 접수가 수시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대출모집인들도 신년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연초에는 (대출이) 풀리는 느낌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총량 관리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올해처럼 은행들이 도중에 자율적 셧다운에 나설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연내 실행되는 주택 대출 대부분을 이미 막아 버린 상태다. 앞서 제시했던 총량 목표치 준수에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7조8953억원 증가했다. 당초 금융 당국에 제출했던 증가액 한도 목표(5조9493억원)를 32.7% 넘긴 액수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