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교원·시민단체들이 지난 5월 발생한 중학교 교사 사망과 관련해 제주도교육청의 진상조사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며 조사단 재구성과 감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제주지부 등 21개 단체는 25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단이 지난 5개월 동안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아 유가족이 조사단 위원직을 사임했다. 유족이 제출한 녹취록은 누락한 채 조작된 경위서를 국회를 제출했다”며 “이제는 도교육청의 조사 결과를 신뢰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외부 전문가와 유가족이 지정하는 교사유가족협의회를 포함해 조사단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도교육청이 고인과 교감 간 통화 녹취록은 제출하지 않고, 허위·조작된 사건 경위서를 국회에 제출한 문제를 지적하며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구했다.
유홍열 좋은교사운동 제주모임 대표는 “도교육청은 교사 사망 후 한 달 넘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유족 요청으로 7월에야 조사반을 가동했으며, 9월까지 회의는 두 차례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유 교사는 “도교육청은 지난 7월, 사망 교사의 휴가 요청을 교감이 반려한 녹취록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로 회의를 진행했으면서 실제로는 해당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하고, 결국 학교 측이 조작한 경위서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했다”며 “이는 진상조사단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교육청은 유가족 대표가 사임하고 별도의 조사기구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유족을 존중하지 않는 진상조사는 허구”라고 지적했다.
이날 고인의 배우자는 교원단체 관계자가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여섯 달이 넘었지만 아이들을 재운 뒤 찾아오는 정적 속에서 남편의 부재를 실감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유가족을 위한 배려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도 하지 않는 교육청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이 경찰 발표가 나는 것이 억울하다”면서 “학교밖에 모르던 남편이 억울하지 않게 마지막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은 지난 5월 22일 자신이 근무하던 제주의 한 중학교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학생 가족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교무실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지난달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 보호자의 행위를 교육활동 침해로 공식 인정하고, 보호자에게 특별교육 8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고인의 죽음에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학생 가족의 민원 등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조만간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2023년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육부가 교권 보호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관리직 중심의 민원 처리 등 핵심 대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