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인기 투입’ 무력시위…“대만 인근 日미사일 배치는 군국주의 부활”

입력 2025-11-25 17:44
일본 방위성이 2023년 3월 1일 중국산 WZ-7 무인기가 일본 근해에 처음 출현한 장면을 촬영해 공개한 사진. 일본 방위성 엑스 캡처

중국이 일본과 대만 사이 공역에 무인기를 투입했다. 대만 인근 섬에 미사일 배치를 추진하는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곳 미사일 배치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이어 양국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후 2시5분부터 오후 5시10분까지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인 대만 북동부 및 동부 해안 부근에서 중국 무인기와 헬리콥터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25일 밝혔다.

일본 방위성도 중국의 무인기가 전날 대만과 일본 사이의 공역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태평양으로 진출했다가 돌아갔다고 이날 밝혔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

대만 타이바오에 따르면 대만 국방연구소 슈샤오황 부연구원은 “요나구니섬에 배치된 일본의 방공 미사일을 겨냥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대만과 일본에 대한 중국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일본 방위성이 25일 중국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요나구니 섬과 대만 사이 공역을 통과했다고 발표하면서 공개한 비행 경로. 일본 방위성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22∼23일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을 시찰하고 중거리 미사일 배치 등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이시가키섬은 대만에서 약 240㎞,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은 대만에서 110㎞ 거리에 있다. 두 섬 모두 오키나와섬보다 대만과 더 가깝다.

일본 정부는 대만 유사시 등을 염두에 두고 2016년 요나구니섬, 2019년 미야코섬, 2023년 이시가키섬에 육상자위대를 배치했다. 지대함 미사일 기지가 설치된 이시가키섬에 이어 대만과 더 가까운 요나구니섬에 03식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 배치를 추진 중이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3일 대만에서 가까운 이시가키섬을 방문해 자위대원과 악수하고 있다. 엑스 캡처

고이즈미 방위상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침공하는 항공기와 미사일 등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목적 장비”라며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것도,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도 아님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논평에서 일본의 미사일 배치를 “오랫동안 잠잠했던 군국주의의 유령을 소환하는 것”이라며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 이웃 국가들은 일본의 ‘신군국주의’라는 독성 새싹의 극단적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도 이날 게시물에서 “일본이 또 음험하고 위험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중·일 관계가 가장 민감한 시기에 일본이 중국에 제일 가까운 섬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는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일본이 이 지역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면 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군사적 대립을 조장한다”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함께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개입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이 대만 주변의 서남제도에 공격형 무기를 배치하면서 지역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군사적 대립을 조장하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잘못된 발언과 연계할 때 극도로 위험하다”며 “주변 국가와 국제 사회의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본 군국주의가 되살아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국가 영토 주권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