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큰 별 졌다”…이순재 빈소에 조문 행렬

입력 2025-11-25 17:08 수정 2025-11-25 17:39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국민배우 이순재의 빈소에 연극계·연예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빈소를 찾은 배우 이승기는 “‘배우가 대사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계셔서 기억력을 복구하시려고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외워서 말씀하시곤 하셨다”며 “이순재 선생님이 걸어오신 역사를 많은 분이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대가족’에 이순재와 함께 출연한 그는 “이순재 선생님이 결혼식 주례도 봐주셨고, 또 영화 ‘대가족’에 급하게 출연 제의를 받으셨을 때도 ‘승기가 하는 거면 꼭 해야지’라는 말씀도 해주셨다”며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올해 초 아내인 배우 이다인과 함께 이순재의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께서 건강이 갑작스럽게 악화했을 때 저와 제 아내가 병문안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며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싶으셨는지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해주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떠올렸다.

빈소가 채 준비되기도 전에 고인을 찾아온 원로배우 김성환은 “탤런트뿐만 아니고 연예계에서는 제일 큰 어른이시고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며 “생전에 저를 보면 ‘김성환을 내가 뽑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회상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배우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뉴시스

그는 이어 “그렇게 바르고 정직하게 사시고, 일에 대한 열정이 많으신 분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에게 정말 큰 별이셨다. 이제는 촬영하시면서 밤도 안 새우시고, 아주 편안한 데서 정말 잘 계셨으면 좋겠다”고 추모했다.

이순재 성대모사로 유명했던 코미디언 최병서는 “제가 성대모사를 할 때마다 너무나 좋아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분야를 떠나서 연예계 큰 스승이 돌아가신 것 같다. 큰 별이 져 문화예술계에 타격이 클 것 같다”고 애통함을 전했다.

그는 이어 “40여 년 동안 만나 뵐 때마다 어깨를 두들겨 주시면서 좋은 말씀만 해주셨는데, 책 한 권 읽는 것보다 더 좋았다”며 “이제는 연기는 그만하시고 연기 지도만 해 주시면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이순재의 빈소에 최불암이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방송인 박경림도 “이순재 선생님은 예능을 사랑했던 선배님이자 저희에게 ‘문화예술인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걸 말씀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분”이라며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추모했다.

배우 최현욱도 일찍 빈소를 찾아 “새벽에 별세 소식을 전해 듣고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며 “한 번도 뵙지 못해서 이순재 선생님을 그냥 한 번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조문 첫날부터 연예계 동료들뿐만 아니라 유명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온 국민이 저와 함께 이 진정한 연기인, 진정한 국민배우를 보내드리는 길에 함께 명복을 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고인을 기렸다.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이순재의 빈소에 동료 및 후배 배우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이순재의 빈소에 동료 및 후배 배우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다. 뉴시스

고인의 수의를 준비 중인 박술녀 박술녀한복 원장은 “5~6년 전에 선생님께서 건강하셨던 때 제 한복을 입으셨던 적이 있다”며 “유족들이 그 일을 기억해 오늘 수의 관련 논의를 하게 됐고, 내일 아침 입관식 때 입혀서 보내드릴 것 같다”고 말했다.

빈소에서는 고인에 대한 금관문화훈장 추서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순재는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에 추서된 바 있다.

유승봉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 이사장은 “문체부 실무진들과 금관문화훈장 추서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라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장례 기간 내에 훈장이 추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5일 현역 '최고령 배우'로 활동해온 배우 이순재가 별세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내 시청자광장에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KBS는 누구나 와서 추모의 뜻을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한국방송대중예술인단체연합회는 이날 KBS 본관과 별관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누구나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7일 발인식에 맞춰 KBS 별관에서 별도의 영결식을 치르는 방안도 유족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