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간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 있던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르되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와 절차가 명문화된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될 때 도입돼 76년 이상 유지돼 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명시된 ‘복종의 의무’가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 등’으로 수정된다.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문이 삭제되고, 대신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 ‘구체적인 지휘·감독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의 조문이 들어간다.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한 이행거부 근거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금지 규정도 마련된다.
기존의 제56조 ‘성실 의무’는 ‘법령 준수 및 성실 의무’로 확대된다. 적법한 지시는 법적 보호 아래 충실히 이행하고, 위법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게 기준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같은 취지의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관의 위법 지시에 대한 불복권을 명확히 규정한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수평적 직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기준(기존 8세→12세)도 상향했다. 또한 난임 휴직을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하고, 난임 유직 신청 시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허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스토킹과 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의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비위의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