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복종 의무 76년 만에 사라진다…위법 지시 거부 가능

입력 2025-11-25 15:14 수정 2025-11-25 15:43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개정안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삭제되고, 육아휴직 사용 대상 자녀 나이 기준 상향, 난임치료 위한 휴직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

76년간 국가공무원법에 명시돼 있던 ‘공무원의 복종 의무’가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르되 위법한 직무상 명령은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와 절차가 명문화된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도 금지된다.

인사혁신처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복종 의무는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될 때 도입돼 76년 이상 유지돼 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기존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명시된 ‘복종의 의무’가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 등’으로 수정된다.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조문이 삭제되고, 대신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라 직무를 수행’, ‘구체적인 지휘·감독에 대한 의견 제시’ 등의 조문이 들어간다. 위법한 지휘·감독에 대한 이행거부 근거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금지 규정도 마련된다.

기존의 제56조 ‘성실 의무’는 ‘법령 준수 및 성실 의무’로 확대된다. 적법한 지시는 법적 보호 아래 충실히 이행하고, 위법한 지시는 거부할 수 있게 기준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같은 취지의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관의 위법 지시에 대한 불복권을 명확히 규정한 게 핵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공무원이 법령에 따라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수평적 직무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 나이 기준(기존 8세→12세)도 상향했다. 또한 난임 휴직을 별도의 휴직 사유로 신설하고, 난임 유직 신청 시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를 허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의 스토킹과 음란물 유포 비위에 대한 징계 시효를 기존의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비위의 혐의자에 대한 징계 처분 결과를 피해자가 통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관련 징계 절차를 강화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