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건조 추진을 공식화한 가운데 짐 리시 미국 연방 상원 외교위원장은 24일(현지시간) “나는 재래식 무장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conventionally armed, nuclear powered submarines)을 생산하기로 한 한·미 간 합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안을 담당하는 상원 외교위원장이 한국의 핵잠 도입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공화당 소속 리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핵잠 건조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같은 우리의 적대국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군사 장비(top-of-the-line military equipment)를 생산하는 데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핵잠 추진과 원자력 협력 후속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미 의회 외교·안보 핵심 인사의 시각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리시 위원장은 다만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와 관련된 질의에는 “우리(미국)의 국내 생산 능력(domestic production)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한국 내 건조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조선소 건조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도 건조 장소는 명시되지 않았다. 리시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 내 건조를 원칙으로 하는 한국 정부 입장과는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향후 한·미 협의 과정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리시 위원장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123협정) 개정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에는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미 의회에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3자 관계를 심화하는 데 대해 초당적 지지가 있다”며 “여기에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필요한 조정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핵 비확산 체재를 고려해 한국의 독자적 핵 잠재력 확대보다는 미국의 핵우산 강화에 더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북한과 중국의 핵 역량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나는 필요성이 발생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민간 원자력 협력을 강화하기를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리시 위원장은 오랫동안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대북 강경주의자다.
리시 위원장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 견제 등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주장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 연합사령관의 의견에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시 위원장은 관련 질의에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존재이지만, 미국과 한국 모두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위협이 커질수록 우리는 주한미군에게 보다 유연한 임무 수행을 요구해야 할 수도 있다”며 “북한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직면한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