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 김선도(1930~2022)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 3주기를 맞아 남은 이들이 고인의 신앙관과 목회 정신을 다시 살폈다. 25일 경기도 광주 광림수도원 대성전에서 열린 추모예배에서 참석자들은 김 감독이 남긴 사역의 방향성과 실천적 유산을 되새기며 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배는 고인의 제자인 박동찬 일산광림교회 목사(장천기념사업회 회장)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서창원 감리교신학대 명예교수는 기도를 통해 “김 감독을 통해 복음이 한국사회 전 계층을 향해 선포됐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간 속에서도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준 사역이었다”고 회고했다. 서 교수는 “오늘의 한국사회가 겪는 갈등과 위기 속에서 생각을 바꾸는 성령의 깨달음이 우리에게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설교는 김상현 부광교회 목사가 전했다. 김 목사는 고인을 성경 구약 사사기 속 첫 사사(지도자) ‘옷니엘’에 비견했다. 그는 “한 사람이 길을 내면 그 길을 따라 다른 이들이 걷게 된다”며 “김 감독의 사역은 가능성을 보여준 삶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김 감독이 남긴 결실도 언급했다. 그는 “감리교인 150만 시대를 연 분”이라며 “목회자가 강단에 집중하면 교회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하던 그 확신이 후배 목회자들에게 불씨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정신을 따라가는 결단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설교 후에는 국민일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복음의 거장 장천 김선도 목사’(기획 이영호) 축약본이 상영됐다. CTS기독교TV에서 방영 중인 이 다큐멘터리는 김 감독의 설교, 생애, 해외 선교 발자취를 담았다. 박 목사는 “장면마다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며 “다큐멘터리를 통해 김 감독의 정신이 다음세대에게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사는 장세근 광림교회 증경장로회장이 전했다. 장 장로는 “감독님은 교회가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확신으로 국내외 어려운 이웃과 세계 복음화를 위해 헌신한 분”이라며 “삶으로 복음을 전한 성화의 모습이 지금도 우리 안에 살아 있다”고 돌아봤다.
최이우 종교교회 원로목사(장천기념사업회 이사장)는 인사말에서 “우리가 김 감독을 영웅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을 기념하는 일”이라며 “1983년 김 감독께서 선포하신 적극적 신앙, 풍요로운 창조, 성실한 생활, 사랑의 실천, 일치된 순종이라는 광림의 ‘5대 전통’이 작은 빛으로 출발해 지금의 빛의 숲 광림을 이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가족을 대표해 감사를 전했다. 김 감독회장은 “3주기가 지나도록 잊지 않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버지가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은 자기 관리와 복음에 대한 책임이었다”고 꼽았다. 이어 “광림교회는 예수님 오실 날까지 선한 영향력을 고민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는 김 감독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찬송가 370장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회중이 함께 부른 뒤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전쟁기 의학도의 진로를 접고 신학으로 전향한 이후 목회와 선교, 사회봉사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감리교 창시자 웨슬리 신학의 특징을 한국교회 현장에 적용하며 광림교회를 세계적 규모로 성장시켰다. 월드비전 이사장 재임기에는 구호·개발 사업을 국내외로 확대하는 데 참여했으며 교단 내 제도 개선과 연합 활동에도 힘썼다. 그의 호 ‘장천’은 출애굽기 17장의 ‘지팡이와 샘’을 뜻한다.
광주=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