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은혜교회(이광하 목사)가 오는 30일 경기도 고양시 예배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조가현 독주회를 연다. 창립 기념일을 맞아 마련된 행사지만 단순한 기념 공연을 넘어, 코로나 이후 교회를 떠난 이들과 어려움 속에 신앙공동체가 흩어진 시간을 함께 추스르자는 취지를 담았다.
이광하 목사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6주년이라는 숫자보다,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분들을 다시 초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교회가 비대면 기간을 길게 지나며 자연스럽게 흩어진 교우들이 생겼고 삶의 사정으로 예배 자리에서 멀어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목사는 “행사다운 행사는 오랫동안 하지 않았다”며 “음악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만남의 자리라서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독주회가 특별한 이유는 연주자인 조가현씨의 여정과도 닿아 있다. 조 씨는 서울예고·서울대 수석 입학 후 New England Conservatory와 USC에서 연주자 과정을 밟은 실력파 바이올리니스트다. 미국과 유럽 여러 도시에서 초청받아 활동해 온 세계적 연주자이지만, 팬데믹 시기 경력 단절을 겪으며 오랜 기간 국내에 머물렀다. 이 기간 일산은혜교회에서 새벽예배 반주자로 섬기며 자신의 진로와 신앙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목사는 “교회에서 자란 재능 있는 연주자이며 동시에 회복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신앙인의 고백이 이번 무대에 담겼다”고 소개했다. 조 씨가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곡을 선곡했는데, ‘사랑–위로–묵상–감사–기쁨’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신앙의 이야기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엮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 타이스 명상곡, 차이콥스키·슈베르트의 서정곡, 유대 전통기도 선율을 담은 보크의 ‘니군’, 생상스의 ‘기쁨의 론도’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 목사는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교회를 위해 이렇게 공을 들여 프로그램을 꾸린 예는 많지 않다”며 “조가현 선생의 회복과 고백을 교회가 함께 축하하고 응원하는 자리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교회만의 행사가 아니라, 떠난 분들 누구든 편하게 오실 수 있는 ‘홈커밍’ 성격의 모임”이라며 다른 교회들의 유사한 시도도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이번 독주회는 교회 내부 구성원이 기획한 행사지만, 지역과 교단을 넘어 열린 초청의 자리로 마련됐다. 연주회 후에는 간단한 다과와 환대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공동체적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입장은 무료이며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