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 앨범 낸 아레테 콰르텟 “음악적 정체성 담았어요”

입력 2025-11-25 05:00
아레테 콰르텟의 바이올린 전채안(왼쪽부터)·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화공간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연주를 선뵈고 있다. (c)목 프로덕션

바이올린 전채안·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으로 구성된 아레테 콰르텟은 현재 평균 연령 27세의 젊은 현악 사중주단이다. 2019년 결성돼 이듬해 금호영재체임버콘서트로 데뷔한 아레테 콰르텟은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 2023년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2024년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아레테 콰르텟이 다시 한번 도약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현악 사중주단 최초로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가 된 데 이어 밴프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준우승 그리고 애플 산하 자회사 레이블인 플래툰(Platoon)을 통해 첫 정규 음반이자 인터내셔널 음반 ‘야나체크&수크’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19일 온라인 음원으로 전 세계에 먼저 공개된 ‘야나체크&수크’는 12월 말 실물 음반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아레테 콰르텟의 첫 정규 앨범 ‘야나체크&수크’ 표지.

24일 서울 용산구 문화공간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레테 콰르텟의 리더인 박성현은 “콰르텟을 결성하고 6년이 된 지금 하나의 챕터를 넘어가는 느낌이다. 그동안 많은 콩쿠르에 참가하며 콰르텟의 방향을 확인했다면, 이번에 우리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음반을 발매했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은 체코 작곡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편지’ 그리고 수크의 ‘옛 체코 성가 벤체슬라브에 의한 명상’을 담았다.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현악사중주 부문 1위를 시작으로 밴프 현악사중주 국제 콩쿠르 준우승까지 음악적 여정의 중심에 있던 체코 음악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체코의 민족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야나체크와 수크의 작품으로 구성된 아레테 콰르텟의 음반은 ‘체코에서 피어난 음악적 인연의 완결’인 셈이다.

아레테 콰르텟의 제2바이올린 박은중(왼쪽부터), 비올라 장윤선, 제1바이올린 전채안(왼쪽부터), 첼로 박성현이 24일 서울 용산구 문화공간 사운즈S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c)목 프로덕션

제1바이올린의 전채안은 “우리 팀이 처음 나간 국제 콩쿠르였던 체코 프라하의 봄 콩쿠르에서 1등과 특별상을 받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출전을 신청했던 콩쿠르들이 모두 취소되고 프라하의 봄 콩쿠르밖에 남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뻤다. 그때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 야나체크의 ‘크로이처 소나타’였다. 우리가 첫 음반을 낸다면 이런 의미 있는 곡을 담자고 이야기했었다”면서 “또한 당시 심사위원 등 많은 분으로부터 야나체크에 대한 해석이 신선하고 좋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이런 것들이 이번에 야나체크를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제2바이올린의 박은중은 “요제프 수크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야나체크 못지않게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여서 많이 알리고 싶었다”면서 “특히 이번 음반에 담은 ‘옛 체코 성가 벤체슬라브에 의한 명상’은 우리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웠다”고 설명했다.

아레테 콰르텟의 이번 음반은 재단법인 아트실비아의 지원으로 한국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실비아홀에서 녹음됐다. 녹음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서울시향 등 국내 대표 아티스트 및 악단과 작업해온 톤마이스터 최진이 참여해 음반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전채안은 “지난 겨울에 녹음을 했다. 마이크에 잡음이 들어갈까 봐 추운 데도 히터를 틀지 못했다. 그래서 녹음 전에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등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면서 “당시 네 멤버가 녹음 때문에 예민한 상태에서 종일 붙어 있어야 했다. 체력적, 감정적으로 힘든 시간을 겪으며 음반을 만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아레테 콰르텟은 원래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선후배 또는 친구 사이였던 학생들이 다양한 실내악을 연습하던 중 정말 열심히 연습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만들어졌다. 팀명 ‘아레테(Arete)’는 그리스어로 ‘특출한 재능’이라는 뜻이다. 탁월한 앙상블이 되고 싶다는 멤버들의 포부를 담았다. 비올라의 장윤선은 “악기를 시작하면서 ‘꼭 콰르텟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현악사중주를 연습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고, 첼로의 박성현은 “좋은 콰르텟이 되려면 네 멤버가 서로를 존중하고 양보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모여 음악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레테 콰르텟은 이번 음반 발매를 기념해 전국 투어를 진행한다. 지난 7일 대전 카이스트 대강당에서 시작돼 총 네 차례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오는 27일 김해문화의전당,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 챔버홀, 12월 6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