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비행이 멈췄다…MQ-9 리퍼, 군산 앞바다서 추락

입력 2025-11-24 19:05
미 공군 무인기 MQ-9. 연합뉴스

미국 정찰 무인기 MQ-9 ‘리퍼’가 24일 새벽 전북 군산 앞바다에 추락했다. 미군은 임무 수행 중 기체를 통제할 수 없어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7공군 예하 제8전투비행단은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 소속의 미 공군 MQ-9이 군산기지 인근 옥도면 말도리 인근 섬 해안에서 임무 수행 중 사고가 났다”며 “민간·공공 재산 피해나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MQ-9은 미 공군이 운용하는 대표적 무인 항공기로 길이 11m·폭 20m, 최대 최고속도는 약 300㎞다. 감시·정찰은 물론 레이저유도폭탄 등 정밀 유도미사일을 탑재해 타격 임무도 동시에 수행하는 무장 무인기다. 장시간 상공에서 은밀히 감시할 수 있고, 특정 표적을 정밀 유도 무기로 타격할 수 있어서 ‘하늘의 암살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공식 명칭은 ‘사신(死神)’을 뜻하는 리퍼다.

미군은 MQ-9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분쟁 지역에서 테러 조직을 추적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 미군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군도 주력 타격 무인기로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당시 활용된 작전기도 MQ-9였다.

주한미군 측은 MQ-9이 이번 사고 당시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인지 밝히지 않았다. MQ-9은 지난 9월 창설된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에 첫 상시 배치돼 운용에 돌입했다. 추락 사고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 29일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에서 MQ-9 무인공격기를 모체로 한 제431원정정찰대대 창설식이 열리고 있다. 주한미군 제공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는 한반도 주변 공역과 서해·동해를 포함한 상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주한미군은 창설 당시 “리퍼 원정대대 창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MQ-9를 활용한 한반도 내 작전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정보·감시·정찰 분야의 한·미 공동 우선순위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내부에서는 MQ-9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구도 속에서 운용하며, 북한은 물론 중국의 활동까지 촘촘히 감시하겠다는 미군의 전략적 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