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찰 무인기 MQ-9 ‘리퍼’가 24일 새벽 전북 군산 앞바다에 추락했다. 미군은 임무 수행 중 기체를 통제할 수 없어 의도적으로 추락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7공군 예하 제8전투비행단은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 소속의 미 공군 MQ-9이 군산기지 인근 옥도면 말도리 인근 섬 해안에서 임무 수행 중 사고가 났다”며 “민간·공공 재산 피해나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MQ-9은 미 공군이 운용하는 대표적 무인 항공기로 길이 11m·폭 20m, 최대 최고속도는 약 300㎞다. 감시·정찰은 물론 레이저유도폭탄 등 정밀 유도미사일을 탑재해 타격 임무도 동시에 수행하는 무장 무인기다. 장시간 상공에서 은밀히 감시할 수 있고, 특정 표적을 정밀 유도 무기로 타격할 수 있어서 ‘하늘의 암살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공식 명칭은 ‘사신(死神)’을 뜻하는 리퍼다.
미군은 MQ-9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분쟁 지역에서 테러 조직을 추적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는 데 활용했다. 미군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군도 주력 타격 무인기로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당시 활용된 작전기도 MQ-9였다.
주한미군 측은 MQ-9이 이번 사고 당시 어떤 임무를 수행 중인지 밝히지 않았다. MQ-9은 지난 9월 창설된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에 첫 상시 배치돼 운용에 돌입했다. 추락 사고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431원정정찰비행대대는 한반도 주변 공역과 서해·동해를 포함한 상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주한미군은 창설 당시 “리퍼 원정대대 창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미국의 굳은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MQ-9를 활용한 한반도 내 작전은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정보·감시·정찰 분야의 한·미 공동 우선순위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내부에서는 MQ-9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구도 속에서 운용하며, 북한은 물론 중국의 활동까지 촘촘히 감시하겠다는 미군의 전략적 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