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모델인 ‘나노 바나나 프로’가 공개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롬프트로 생성된 이미지가 진짜 사진과 다를 바 없고 광고나 메뉴판에 쓸 만한 이미지도 완벽하게 만들어내서다. 지금까지 챗GPT 등을 이용해 만든 AI 이미지는 한글이 깨지거나 인물이나 배경 왜곡 등 어색한 부분이 있어 가상 이미지인 것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지만, 나노 바나나 프로에서는 가짜와 진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제미나이3 프로 모델을 기반으로 한 나노 바나나 프로를 공개하면서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포스터나 광고에 쓰일 만한 텍스트도 정확하고 가독성 있게 생성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제시한 이미지에는 영어 문구를 한글로 정확하게 번역해 출력한 결과가 나타났다. 챗GPT 등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했을 때 한글을 부정확하게 표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 AI 모델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나노 바나나 프로는 날씨나 스포츠 경기 결과와 같은 실시간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사진 파일을 올린 뒤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거나 초점을 변경하고, 조명이 비추는 방향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사진을 조작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진도 마음껏 꾸며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생성형 AI 툴로 만들어진 모든 콘텐츠에 ‘신스ID(SynthID)’ 디지털 워터마크를 탑재해 구분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사진을 AI로부터 검증받기 전에는 한눈에 가짜 사진을 알아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용자들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든 사진은 의심해야 한다’며 이미지 생성, 편집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통적 소프트웨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어도비는 AI를 탑재한 ‘파이어플라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다른 도구들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도비가 파이어플라이에서 자체 AI 모델과 구글, 오픈AI 등 파트너사의 모델을 함께 제공하고 있지만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다른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도비 주가는 지난해 대비 36% 하락했다. 주요 투자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생성형 AI 툴이 경쟁 업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런 경쟁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어도비의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