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의 위력’… 한글 깨지던 AI 이미지, 더 감쪽같아졌다

입력 2025-11-25 06:30
영문을 한글로 정확하게 번역해 보여주는 음료 캠페인 콘셉트 사진. 구글 제공

구글의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모델인 ‘나노 바나나 프로’가 공개된 직후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롬프트로 생성된 이미지가 진짜 사진과 다를 바 없고 광고나 메뉴판에 쓸 만한 이미지도 완벽하게 만들어내서다. 지금까지 챗GPT 등을 이용해 만든 AI 이미지는 한글이 깨지거나 인물이나 배경 왜곡 등 어색한 부분이 있어 가상 이미지인 것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었지만, 나노 바나나 프로에서는 가짜와 진짜 구분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제미나이3 프로 모델을 기반으로 한 나노 바나나 프로를 공개하면서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포스터나 광고에 쓰일 만한 텍스트도 정확하고 가독성 있게 생성한다고 강조했다. 구글이 제시한 이미지에는 영어 문구를 한글로 정확하게 번역해 출력한 결과가 나타났다. 챗GPT 등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했을 때 한글을 부정확하게 표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 AI 모델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나노 바나나 프로는 날씨나 스포츠 경기 결과와 같은 실시간 정보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가 사진 파일을 올린 뒤 카메라 앵글을 조정하거나 초점을 변경하고, 조명이 비추는 방향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사진의 포커스를 사람에서 꽃으로 바꾼 나노 바나나 프로 사용례. 구글 제공

사진을 조작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 사진도 마음껏 꾸며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생성형 AI 툴로 만들어진 모든 콘텐츠에 ‘신스ID(SynthID)’ 디지털 워터마크를 탑재해 구분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사진을 AI로부터 검증받기 전에는 한눈에 가짜 사진을 알아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용자들은 ‘온라인에 올라오는 모든 사진은 의심해야 한다’며 이미지 생성, 편집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전통적 소프트웨어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서비스하는 어도비는 AI를 탑재한 ‘파이어플라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다른 도구들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한다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도비가 파이어플라이에서 자체 AI 모델과 구글, 오픈AI 등 파트너사의 모델을 함께 제공하고 있지만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다른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도비 주가는 지난해 대비 36% 하락했다. 주요 투자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추면서 “생성형 AI 툴이 경쟁 업체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이런 경쟁이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어도비의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