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좌초한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선장이 사고 해역을 1000여번 항해하는 동안 조타실에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은 중과실치상·선원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퀸제누비아2호 선장 60대 A씨가 과거 사고해역을 항해하는 동안 여객선의 직접 지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이 여객선 직원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결과 A씨는 지난해 2월 28일 취항한 퀸제누비아2호에 올라타 사고해역을 약 1000번 지나면서도 한 번도 조타실에 나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선원법에 따라 협수로인 사고해역에서는 선장이 직접 선박의 지휘를 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해역을 항해하는 동안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경은 운항관리 규정 준수·선원 대상 교육훈련 여부 등도 확인하기 위해 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선사 측이 변호인 동행 출석을 이유로 조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해역의 해상 교통을 책임지는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제사 B씨도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B씨는 정상 항로를 벗어난 퀸제누비아2호의 이상 징후를 좌초 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B씨는 해경에 항로 이탈 알람이 애당초 꺼져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언제부터 항로 이탈 알림이 꺼져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을 수사할 예정이다.
다만 서해해경청은 항로 이탈 알림을 꺼놓은 이유에 대해 “항로 준수 의무가 없는 길이 20m 선박의 빈번한 통항로 출입으로 인해 알람 경보가 과도하게 울려 관제에 방해가 된다”고 밝혔다.
해경 의뢰로 이뤄진 목포해양대학교의 시뮬레이션에서는 배가 섬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 500m 떨어져 있어야 하며, 항로를 벗어나기 190m(족도와 항로 끝단 거리 310m) 전에 변침(방향 전환)하지 않으면 사고를 피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경은 해사법 관련 전문가로부터 선박의 변침 시점은 당직 항해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선박에 대한 권고도 관제사의 경험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다만 여객선의 경우 평소 속력과 항로가 다르면 이를 확인해야 하지만, 인지하지 못했다면 관제사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나왔다.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오후 4시45분쯤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우고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가 같은 날 오후 8시16분쯤 신안군 장산도 인근 족도에 좌초했다.
해경은 휴대전화를 하는 등 딴짓을 한 일등항해사·조타수에게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중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