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환율에 국민연금 카드 꺼냈다…‘4자 협의체’ 가동

입력 2025-11-24 16:09 수정 2025-11-24 17:52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등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24일 결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등 주요 수급 주체와 긴밀히 논의하겠다”며 밝힌 지 열흘 만의 후속 조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에 근접하는 등 좀처럼 진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공조 체제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기재부와 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은 국민연금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외환시장 영향 등을 점검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4자 협의체에선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수익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은 올 8월 말 기준 전체 자산 1322조원 중 43.9%(약 581조원)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이날 열린 첫 회의에서도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외환시장 수급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환헤지에 나서는 방안이 다뤄지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외환 스와프를 확대·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은 해외에 투자할 때 달러가 필요해 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과 직접 거래하면 시장 달러 수요가 줄어 환율이 안정된다.

국민연금과 한은은 650억 달러 한도로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데, 계약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다만 국민연금을 ’환율 안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 자체가 국민 노후자산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