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관련해 23일(현지시간) “지금 단계에서는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튀르키예를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내간담회를 열고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것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데, 지금은 당장 (축소 여부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자는 주장이 있음을 언급하면서 “만약 남북 간 평화체제가 확고하게 구축되면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면서 “상황에 따라 이것이 지렛대가 될 수도 있고, 결과가 될 수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싸우지 않아도 되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돈 드는 합동군사훈련 이런 것은 안 해도 되지 않겠냐”면서 “그러나 이것은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얘기할 것이지, 지금 미리 어떤 방향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남한에 대한 북한의 반발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매우 적대적이고, 대결적 양상으로 바뀌었다”면서 “북측이 지금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3중 철조망을 치고 있는데, 6.25 전쟁 휴전 후 수십년 동안 안 하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측과 그쪽이 서로 생각하는 경계가 달라서 그쪽은 자기땅이라고 왔다 갔다 하는데 우리가 넘어왔다고 해서 경고사격하고 넘어가고 이런 것이 있다”면서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포기하고 강경일변도 정책을 계속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럴수록 더 인내심을 가지고 (북측의) 도발을 언제든지 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과 억지력을 확보한 다음에 그 기반 위에서 소통하고 대화하고 설득하고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접경지역에서의 대북방송과 단파 라디오방송 등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이제 90세가 넘은 미전향 장기수들이 언제 돌아가실 지도 모르는 분들인데, 자기 고향인 북한으로 가겠다는 것을 뭘 막느냐, 그분들을 잡아놓으면 무슨 도움이 되느냐. 그 노력조차도 (북한의) 반응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대통령은 또 흡수통일 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통일에 관한 우리의 관점은 일단 대화하고, 평화 공존하고 그다음에 이야기하자는 것”이라며 “국가가 쌓아놓은 업보를 줄이기 위해 그 업보를 쌓은 노력 이상의 노력과 더 많은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앙카라=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