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로이탈알람 왜 꺼져 있었나”…해경, 여객선 좌초 책임 VTS 수사

입력 2025-11-24 13:53 수정 2025-11-24 15:29
지난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정박돼 있다. 연합뉴스

267명을 태우고 전남 신안군 해상 무인도에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사고를 수사중인 경찰이 해상교통관제센터(VTS)로 수사를 확대한다.

24일 목포해경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족도에 좌초된 퀸제누비아2호 사고 관련 목포VTS 관제사 A씨를 수사선상에 올려 조사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항로이탈알람이 꺼져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A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입건 여부를 검토중이다.

항로이탈알람은 관제 구역 내 선박이 정상 항로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려 관제사가 위험 상황을 신속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A씨는 이 항로이탈알람이 “꺼져 있었다”고 해경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로이탈알람을 켜두면 작은 어선들의 항로 이탈에도 알람이 울려 오히려 관제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다.

A씨는 또 “사고 당시 관제 구역 내 총 5척의 선박을 관리중이었으며, 또다른 대형 선박이 항로를 이탈해 집중 관제중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A씨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해경은 관제사들이 관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항로이탈알람은 꺼둔 것은 아닌지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사고 여객선이 정상 항로를 벗어난 뒤 좌초되기까지 3분여 동안 VTS와의 교신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관제 업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해경은 퀸제누비아2호 출항 후 한 차례도 조타실에 가지 않은 선장 B씨(60대)에 대해 중과실치상·선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관련법상 선박이 운항 중 협수로 등 위험구간을 지날 때는 선장이 조타실에서 조종을 총괄 지휘해야 함에도 B씨는 이 같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선원들을 대상으로 B씨가 선장실에서 무엇을 했는지, 과거에도 근무가 태만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B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수동운항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로 운항을 하며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좌초 사고를 낸 일등항해사(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40대)는 지난 22일 중과실치상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퀸제누비아2호는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모두 267명을 태우고 지난 19일 오후 8시16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 위에 선체가 절반 가량 걸친 채 좌초됐다. 이 사고로 승객 3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목포=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