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강조한 재외동포 전자 투표, 부정선거 해소가 관건

입력 2025-11-24 13:36 수정 2025-11-24 16:25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 과정에서 각국 재외동포들을 향해 공직선거에서 전자투표·우편투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리투표·허위신고 등 부정선거 논란을 해소하고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포를 만나 “사실 전자투표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 정당 대표를 뽑을 때도 전자투표를 한다. 안전성의 문제도 대부분 해결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재외국민 여러분께서 투표할 데가 없어서 등록하고 투표하느라 1박 2일, 3박 4일씩 가는 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우편투표 등을 활용해 재외동포의 투표 편의를 제고하고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동포를 만나는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전자·우편투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전자·우편투표 도입을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며 “다만 법안 통과와 적용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전자투표 시스템의 비용·편익 분석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에 전자투표가 적용되기 위해선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자·우편투표 도입과 관련한 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다만 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있다. 부정선거 논란이 선거 때마다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전자·우편투표의 대리투표·허위신고 등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아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법안을 제출한 이 의원은 동포마다 식별코드를 부여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블록체인 기반 K-voting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에스토니아 등 해외에서 도입한 전자투표가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는 사례도 있다. 선관위는 K-voting 시스템을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적용했다. 국립대, 공공기관 내부 선거에서도 K-voting 시스템이 활용돼왔다. 사실상 공직선거 도입에 있어 시스템 자체의 기술적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무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행안부, 재외동포청, 외교부 등이 협의해 우려를 불식시키며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보안성·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방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고, 위탁선거 등에 단계적 도입을 확대해 사회적 신뢰가 형성된다면 (공직선거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부정선거 논란이 강해 실제 추진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손익 계산은 더 큰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 대선 당시 재외동포의 66.37%가 이재명 후보를 뽑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약 10만표의 격차를 냈다. 이에 국민의힘 입장에선 전자투표 도입을 본질적으로 반길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도 선거의 ‘룰’을 바꾸는 문제를 여야 합의 없이 추진하면 ‘거대 여당의 횡포’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공론화와 여야 합의가 제도 개선에 앞서 필수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 9월 국회의 투표 제도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선거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비대면 투표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강 의원실 관계자는 “재외동포들이 여야로 나뉘어 싸우지 않고 화합하게 하려면 여야 협치를 통한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재외동포들이 편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야당이 관련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