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아내에게 재산이 빼앗길 것을 우려해 30억이 넘는 재산을 현금화해 은닉한 7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A씨(73)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 30일 서울 아파트 분양권을 32억원에 팔았다.
이 가운데 세금, 실버타운 입주 대금을 내고 남은 20억4000여만원을 같은 해 9월 7일 모두 수표로 찾았다.
A씨는 같은 달 13일 강원도 홍천에 있는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은 뒤 9990만원을 현금으로 찾은 데 이어 같은 달 28일 A씨 계좌에 있던 예금 6억3500만원도 현금으로 출금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그해 6월 25일 아내 B씨와 별거하고, 7월에 B씨가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할 뜻을 내비친 뒤 실제로 8∼9월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과 부동산가압류를 신청하자 B씨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B씨가 제기한 이혼소송 소장을 받은 10월까지 B씨와 이혼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더욱이 B씨로부터 재산분할에 따른 강제집행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매우 신속하고 이례적인 재산 처분과 은닉행위’에 주목했다.
A씨는 B씨와 별거 직후인 7월 30일쯤 부부 공동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 아파트 분양권 매매계약을 맺은 뒤 8월 12일 잔금을 받았는데, 부부 공동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양권을 협의도 없이 별거 직후 매도한 다음 통상적인 잔금 납부 시기보다도 훨씬 이른 시점에 잔금을 받은 사정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20억4000여만원을 모두 수표로 찾은 사실에 대해 ‘카지노를 여러 차례 찾아 모두 탕진했다’는 A씨의 주장을 설령 인정하더라도 거액을 단 하루에 모두 찾아 보관하고 있던 사정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거액을 출금한 지 불과 6일 만에 부동산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게다가 B씨가 분양권 처분 금지 가처분과 부동산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청했던 시기 역시 A씨가 재산을 수표 또는 현금으로 찾기 전이었던 점도 유죄 심증 형성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이에 더해 A씨와 B씨의 별거 당시 상황과 그 이후 파탄 관계가 더 강화되는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A씨가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인 위험을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송 부장판사는 “은닉한 액수가 매우 크고 이혼소송을 통해 확정된 B씨의 A씨에 대한 16억9000만원의 채권이 사실상 집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등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며 실형을 선고하고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