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출범 뒤 연방정부 구조조정에 앞장선 ‘정부효율부(DOGE)’가 활동 종료 시한을 8개월이나 앞두고 해산됐다. 정부효율부를 이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소원해진 뒤 물러나면서 부처 자체도 와해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스콧 쿠퍼 인사관리처 국장이 정부효율부에 대한 질의에 “그런 부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를 애초 미국 독립 250주년인 내년 7월까지 운영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까지 했지만, 스리슬쩍 부서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쿠퍼 국장은 연방정부 전반의 채용 동결도 사실상 종료됐다며 “더 이상 감축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효율부의 기능 대부분은 현재 인사관리처가 흡수한 상태다. 정부효율부 구성원 상당수도 보건복지부나 국무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다른 업무에 투입됐다.
정부효율부는 올해 1월 출범해 정부 부처에 대해 대대적인 군기 잡기에 나섰다.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던 머스크가 조직을 이끌면서 연방정부 구조조정과 공무원 해고, 예산 삭감 작업을 주도했다.
머스크는 특히 지난 2월 연방정부 공무원 230만여명에게 이메일로 업무성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과격한 조치들로 부처들의 반발을 샀다. 답변에 회신하지 않으면 사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도 경고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보수단체 행사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선물한 전동 톱을 휘두르며 “이 전동 톱은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지난 5월 전격적으로 정부효율부를 사퇴하면서 부처 자체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가 1750억달러(약 242조원)의 연방 예산을 절감했다고 주장했지만, 세부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이 주장을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쿠퍼 국장은 로이터통신의 보도 뒤 엑스에 “정부효율부의 원칙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규제완화, 사기, 낭비 및 남용 근절, 연방 공무원 재편성 등 정부효율부가 촉진한 변화를 인사관리처 등은 제도화할 것”이라고 적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