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김치 수출 신기록 썻지만…“中 수입산이 더 많다”

입력 2025-11-24 07:57
지난 19일 강원 속초시 노학동 속초종합경기장 주차장에서 열린 '2025년 속초시 김장 대축제' 참가자가 절임 배추를 양념에 버무리고 있다. 속초시 제공

K-푸드 열풍에 힘입어 올해 김치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물가 여파로 저렴한 중국산 김치 수입이 더 가파르게 늘면서 ‘김치 종주국’의 무역 수지 적자 폭은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3739만 달러(약 202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2022년 1억4812만 달러(약 2180억원), 2023년 1억5560만 달러(약 2290억원)에 이어 지난해 1억6357만 달러(약 2407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수출 성장세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수입 증가 속도가 수출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김치 수입액은 지난해 1억8986만 달러(약 2795억원)로 전년보다 16.1% 늘어 역대 가장 많았다. 또 같은 기간 김치 수입액은 1억5946만 달러(약 234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이에 따라 김치 무역수지는 2207만 달러(약 325억원) 적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2001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폭이 10.3% 커졌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여전히 최대 수출 시장 지위를 지켰다. 대(對)일본 수출액은 4755만 달러(약 700억원)로 4.4% 증가했다. 반면 성장세를 주도하던 미국 시장 수출은 3601만 달러(약 530억원)로 5.8% 하락했고, 유럽 관문인 네덜란드 수출도 3.3% 감소했다. 다만 캐나다(17.6%↑) 등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졌다.​

수입 김치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김치의 공세는 국내 ‘식탁 물가’ 상승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배추 가격이 폭등해 ‘금배추’ 대란이 벌어지자, 외식업체와 급식업체들이 국산의 절반 가격에도 못 미치는 중국산 김치 사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산 수입 배추 물량을 도매시장에 내놓기 하루 전인 2024년 9월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이 지게차를 이용해 배추를 옮기고 있다. 윤웅 기자

이에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전환 비용 때문에 다른 대안으로 바꾸기 어렵게 되는 현상인 ‘락인(Lock-in)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배추 가격 급등기에 저가 수입산으로 돌아선 수요처들이 가격 안정 후에도 국산으로 복귀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김치 수출 확대로 적자 구조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1일 ‘제6회 김치의 날’ 기념식에서 “김치가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 잡도록 미래 수출형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