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우크라, 평화구상에 “진전 있다” 공동성명…트럼프 “우크라, 감사하지 않아” 또 비난

입력 2025-11-24 06:51 수정 2025-11-24 08:40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평화 구상에 대한 협상을 한 뒤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대표단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 뒤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이 제안한 평화 구상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크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은 평화 구상에 대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이견 조율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해 “감사하지 않는다”며 다시 압박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과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이날 오후 공동 성명에서 “양측은 이번 협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양측은 향후 체결될 어떤 합의도 반드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완전히 존중하며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동 성명은 이어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전쟁 종식과 인명 손실 방지를 위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노력에 대한 감사를 재차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이날 회담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매우 합리적인 시간 안에“ 평화 구상 합의에 도달하는 데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다만 세부 내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은 채 회담이 이번 주 내내 이뤄질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그는 평화 구상 합의가 “가능한 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가 제시한 시한인 미국 추수감사절인 27일 이전에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미국 협상단이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구상 협상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대표단 단장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도 중간 브리핑에서 “미국 대표단과의 첫 회의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고,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며칠 동안 제안들을 조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유럽의 친구들도 참여시킬 것”이라면서 “물론 최종 결정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양측은 미국이 제안한 28개 항의 평화 구상에 대해 항목별로 하나하나 따지며 조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지역 영토 포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등 러시아에 유리한 평화 구상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트럼프는 이날 협상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격렬하고 끔찍하며 미국과 우크라이나에 강력하고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는 우리의 노력에 고마움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으며 유럽은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원유를 사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비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러 차례 미국에 대한 감사 의사를 나타냈다. 젤렌스키는 이날도 엑스에 “우크라이나는 재블린 미사일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구해준 미국의 지원과 모든 미국인,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전체 외교 상황의 핵심은 오직 러시아가 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또 “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유럽, G7, G20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미국에 감사드린다. 유럽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