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 맘다니는 환대하고, ‘충성파’ 그린은 내쫓고…트럼프의 변심

입력 2025-11-23 08:53 수정 2025-11-23 08: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과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이자 오랜 측근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의 사임 발표에 대해 “지지율 급락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반대로 ‘공산주의자’라 불렀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백악관으로 불러 환대했다. 마가 진영은 혼돈에 빠진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그린 의원에 대해 ‘마조리 배신자(Traitor)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지지율이 급락하고,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예비선거 경쟁자(그녀가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는)와 맞서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퇴’라 부르는 걸 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그린 의원은 전날 자신의 엑스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내년 1월 5일을 마지막으로 의원직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곧바로 ABC 방송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린 의원이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 등으로 자신을 비판하자 중간 이름 ‘테일러’ 대신 ‘배신자’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성 역시 썩었다는 의미로 그린이 아닌 브라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어 “‘랜드 폴 주니어’라고도 알려진 수십 년 만의 최악인 켄터키 출신 공화당 하원의원 톰 매시와의 관계는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매시 의원 역시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주도한 의원이고, 랜드 폴 의원도 트럼프와 각을 세우는 공화당 소속 의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린 의원 사퇴 발표에 대해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지난 사람(트럼프)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가 내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라며 “공화당은 앞으로 3년 안에 보다 일관된 메시지를 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조리 테일러 그런 하원의원이 2024년 3월 9일 대선 캠페인 당시 함께 한 모습. 연합뉴스

반면 트럼프는 전날 민주당 소속 맘다니 당선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동했다. 트럼프는 맘다니를 그동안 공산주의자라고 불러왔지만 이날 회동 뒤엔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난 그가 잘하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가 잘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특히 맘다니와 뉴욕시의 물가, 주거, 범죄 문제 등을 개선할 방법을 논의했다면서 “그가 가진 아이디어 일부는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정말 똑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가 잘할수록 난 더 행복하다”며 “(우리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우리는 그가 강하고 매우 안전한 뉴욕이라는 모든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마가 진영의 핵심 인사 스티브 배넌은 폴리티코에 “세상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또다른 측근인 우익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도 “나는 좀 혼란스럽다. 이 정부가 맘다니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이 모든 상황은 마가 운동이 이념이 아닌 ‘본능(id)’에 의해 정의돼 왔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며, 정치적 결정이 언제나 개인에 의해 좌우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트럼프 이후 이(마가) 연합을 유지해야 할 누군가에게 큰 과제가 된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