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가 나면 가해자는 전과자가 될 위기에, 피해자는 소송전에 내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관련 보험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30대 남성 A씨는 50대 보행자와 충돌했다. 피해자는 머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고, A씨에게는 음주나 무면허 등 12대 중과실 사유가 없었다. 사고는 차도·인도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에서 일어났다.
자동차 사고였다면 보험사가 나서 사태를 수습했을 사안이다. 그러나 A씨는 2주 내에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하면 형사 입건될 처지에 놓였다.
운전자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차이는 ‘종합보험’이었다.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는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사망·중상해·중과실 사고가 아니라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 처벌을 면제받는다.
반면 킥보드 운전자는 의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닐뿐더러, 가입할 수 있는 종합보험 상품조차 마땅치 않다. 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킥보드 운전자는 합의 불발 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피해자로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가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를 통한 간편한 보상 절차 대신, 가해자 개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소송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등 번거로움이 크다.
전문가들은 킥보드 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보험 가입을 보편화하고, 다양한 종합보험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고 꼬집는다. 다만 아직 관련 법적 규제가 불명확해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을 꺼리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한다.
국회에서는 최근 개인형 이동장치(PM)법이 규제 정립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당 법안에는 킥보드 최고 속도 제한, 운전 자격 확인 시스템 구축과 함께 대여 업체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