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에서 한 고등학생이 쓰러진 채 발견됐으나 1시간 넘는 ‘응급실 뺑뺑이’ 끝에 숨진 사건 당시, 구급대와 구급상황관리센터가 14차례나 병원 수용을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급대 연락을 받은 병원들은 ‘소아 진료 불가’ 등을 이유로 거부하거나, 일부 병원은 환자 심정지 후에도 ‘소아 심정지 불가’를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9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오전 6시17분쯤 부산 한 고등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쓰러진 채 경련 중이고 호흡은 있다’는 교사의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119구급대는 신고 접수 16분 만인 오전 6시33분쯤 현장에 도착했고, 당시 환자는 의식이 혼미하고 경련으로 몸부림이 심한 상태였다. 구급대는 중증도 분류 기준(Pre-KTAS)에 따라 환자를 5단계 중 레벨2(긴급)로 분류하고, 지침에 따라 경련 환자 응급처치가 가능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를 위주로 유선전화로 연락을 했다.
구급대는 오전 6시44분 해운대백병원, 오전 6시49분 동아대병원, 오전 6시50분 양산부산대병원, 오전 7시 부산백병원과 부산대병원에 환자 수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들은 “소아 중환 수용 불가”, “소아 신경과 진료 불가”, “확인 후 회신”이라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구급대는 대원들이 경련 환자를 처치하면서 병원을 알아보기 어렵다며 부산소방 구급관리상황센터에 병원 선정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구급대는 “대원 3명이 (환자에게) 다 붙어 있다. ○○병원 (환자 수용) 안되고, △△ 병원 안되고, □□ 병원은 소아과 진료가 안된다면서 안 받아 주고 있다. 진료 가능한 병원 좀 찾아봐 달라. 손이 모자란다”라고 요청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타시도 병원이라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구급상황관리센터는 창원한마음병원, 해운대백병원,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동의병원, 고신대학병원, 창원삼성병원 등에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잇따른 거절로 오전 7시25분쯤 환자 의식이 저하되다가 심정지가 발생하자 구급대는 환자 중증도 분류를 레벨1(소생)로 상향했다. 수보대(119 신고접수대)가 오전 7시27분쯤 부산의료원에 연락했지만 “소아 심정지 불가”라며 환자 수용을 거절했다.
구급대는 오전 7시30분쯤 15번째로 접촉한 대동병원에서 환자 수용이 가능하다는 확인을 받았고, 환자는 신고 접수 1시간18분 만인 오전 7시35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는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대부분 병원에서 ‘소아 환자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이 거절됐다.
소방 측은 “배후 진료(응급처치 후속 진료)와 관계없이 응급실에 갔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았을지는 단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레벨2(긴급)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에 보다 신속히 이송돼 응급진료와 적정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응급환자가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은 더는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국회와 소방, 복지부, 의료계가 현실적인 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