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여객선 좌초 항해사 “혐의 인정…승객에 죄송”

입력 2025-11-22 14:38
대형 카페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를 좌초시켜 탑승객들을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상)를 받는 일등항해사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가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탑승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죄송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휴대전화를 보는 등 딴짓을 해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대형 카페리 여객선을 좌초시킨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중과실치상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일등항해사 40대 A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40대 B씨는 22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날 이들은 선사 이름이 적힌 외투와 모자·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 호송차에서 내렸다.

‘혐의를 인정하느냐’ ‘탑승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A씨는 “이 자리를 빌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며 “임산부께 더 죄송스럽다”고 답했다.

질의가 이어지자 잠시 멈춰선 A씨는 ‘과거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항해했냐’는 질문에는 “직선거리에서만 자동항법장치를 켜고, 변침(방향 전환) 구간에서는 수동으로 변경한다”며 “(휴대전화로) 네이버를 잠깐 봤다”고 말했다. A씨의 뒤에 서 있던 B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 19일 오후 8시16분쯤 전남 신안군 족도 인근 해상을 항해 중인 퀸제누비아 2호 조타실에서 딴짓하느라 여객선 좌초 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1600m 떨어진 해상에서 변침을 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협수로 구간에서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도 않았는데, A씨는 사고 나기 13초 전 전방에 족도를 발견해 B씨에게 타각 변경을 지시했다.

B씨는 전방을 살피는 것은 A씨 업무이며, 사고 당시 자이로컴퍼스(전자 나침반)를 보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경은 협수로 구간에서 선박의 조종을 직접 지휘해야 하지만, 선장실에서 휴식을 취했던 60대 선장 C씨도 선원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선박의 관제 업무를 담당한 관제사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했는지,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267명을 태운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오후 4시45분쯤 제주에서 목포를 향해 출항했다. 같은 날 오후 족도 위에 선체가 절반가량 올라타며 좌초했다.

이 사고로 3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1명은 임산부였고,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