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대표가 추진해 이른바 ‘정청래 룰’로 불리는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에 지도부 인사가 ‘졸속 강행’이라며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당 지도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당 지도부의 의견만으로 당헌·당규 개정을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자칫 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숙고하고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시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모두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반영 비율이 20:1 수준이어서, 권리당원의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9~20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투표 결과 찬성률은 90%에 육박했지만, 투표 참여율이 16.81%에 그쳐 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엇갈렸다. 당헌·당규 개정에 찬성하는 당 지도부는 ‘압도적 찬성률’이라며 ‘역사적 투표’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도 “여론조사에 참여한 당원이 전체 권리당원 164만여 명 중 27만 6,589명(16.81%)에 그쳤다”며 “만약 중요한 투표였다면 당헌·당규상 정족수인 권리당원 100분의 30에 미달해 투표가 불성립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권리당원) 164만여 명 중 16.8%에 불과한 24만여명이 찬성한 결과를 두고 ‘압도적 찬성’이라며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도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당수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좀 더 숙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개회의 이후 속개된 비공개회의에 몇몇 최고위원이 상임위 참석 등 미리 정해진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그냥 통과됐다”며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들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 등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러운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완전한 당내 민주주의 실현, 당원주권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인 투표에 참여해주신 당원 동지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당원의 손으로 완성되는 순간과 과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 과정에서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고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오는 24일 당무위원회와 28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당내에서는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려는 정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꾸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전당대회에 정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밀렸지만, 당원 투표에서 크게 앞서며 당선됐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