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3명 태운 180석 비행기…부산~괌 노선 텅텅, 왜?

입력 2025-11-21 14:51
김해공항. 연합뉴스

부산~괌 노선 등 일부 국제선이 ‘빈 비행기’ 수준으로 운항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연계된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로 비인기 노선 공급이 과도하게 유지된 탓이다.

21일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괌에서 출발해 부산에 도착한 대한항공 KE2260편 여객기에는 승객 3명이 탑승했다. 여객기 전체 좌석은 180석 규모였다. 일반적으로 180석 규모 항공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객실 승무원 4명 등 총 6명의 직원이 탑승한다. 승객보다 직원 숫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출발해 괌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승객 4명이 타고 있었고, 지난 2일에는 대한항공 부산~괌 왕복 항공편 승객을 모두 더해도 19명에 불과했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하루 왕복 1편, 에어부산은 하루 왕복 2편을 운항하고 출발 시간도 저녁으로 비슷하다. 이달 1일 에어부산이 운항한 부산~괌 노선 4대의 여객기에는 총 78명이 탑승했다. 비행기 1대당 평균 20명의 승객이 탑승한 꼴이다.

부산~괌 노선이 이같이 저조한 탑승률을 보이는 이유는 괌 여행이 인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공정위 규제로 공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괌 노선은 과거 대표 휴양지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환율 상승 여파와 비슷한 시간으로 갈 수 있는 휴양지인 베트남 푸꾸옥, 필리핀 보홀 등의 성장세와 맞물려 인기가 크게 떨어졌다.

게다가 공정위는 앞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의 일부 국제선의 공급석 수를 2019년 대비 90% 이상 유지하는 조치를 10년간 의무화했다.

이 같은 규제는 합병을 앞두고 항공사들이 노선을 합병·축소시켜 독과점으로 인한 운임 인상과 공급 축소 부작용을 사전에 억제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수요가 급감한 괌·세부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규 노선 취항 등 지방 공항 노선 활성화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