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 연쇄살인범’ 20년 만에 확인…2015년 사망

입력 2025-11-21 12:35 수정 2025-11-21 14:30
2005년 서울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 발생 당시 현장. 서울경찰청 광수단 형사기동대 제공.

20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마침내 확인됐다. 경찰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망자 DNA까지 확보해 대조한 성과다. 다만 범인이 이미 2015년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신정동 한 빌딩관리인으로 근무했던 전모씨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2005년 6월과 11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5개월 간격으로 변사체로 발견됐다. 피해자 두 여성 모두 목이 졸려 숨졌고,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쌀 포대나 돗자리에 끈으로 묶여 있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8년간 수사를 이어갔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2013년부터 미제로 전환됐다.

재수사는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시작됐다. 우선 경찰은 두 사건 모두 피해자 시신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에 집중했다. 2005년 서남권 공사현장 관계자,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명을 수사대상자로 선정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1514명의 유전자를 채취·대조했다.

범인이 조선족일 수도 있다는 판단에 중국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하는 등 국제공조 수사까지 벌였으나 일치하는 DNA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 경찰은 사망자로 대상을 확대해 사건과 관련성 있는 56명을 후보군에 올린 뒤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한 전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전씨는 이미 2015년 사망 후 화장 처리돼 유골 확보가 불가능했다. 경찰은 전씨가 생전 살았던 경기 남부권 병·의원 등 40곳을 탐문 수사하고 이 중 한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던 전씨의 검체를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는 ‘범인과 일치’였다.

전씨는 2차 사건 발생 3개월 후인 2006년 2월 같은 장소에서 성범죄를 시도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2009년까지 수감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60대 초반이었지만 180㎝의 키로 단단한 체격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복무 시절 수사부서에 있었고,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가 여러 건 있었다.

경찰은 전씨가 이미 사망한 만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은 한 방송을 통해 ‘엽기토끼 사건’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경찰은 당시 전씨가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던 점을 근거로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