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간) 미·일 동맹과 일본 방어에 대한 약속은 흔들림이 없고 대만해협의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토미 피고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엑스에 “미국은 미·일 동맹과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일본 방위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피고트 부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대만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무력이나 강압을 포함한 어떤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일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미국과 대만은 일본을 지지하고,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의 일본 비판에 힘을 실어주면서 ‘편들기 구도’가 만들어지는 모습이다.
조지 글라스 주일 미국대사도 도쿄 외무성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면담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에 대해 “전형적 경제 위압”이라고 비판했다. 글라스 대사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일본 어업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위압적 수단에 호소하는 건 중국 정부의 끊어내기 어려운 악습 같다”며 “동맹국 일본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일본산 수산물로 만든 초밥 사진과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영상에서 “지금은 일본 요리를 먹기 좋은 때”라면서 초밥을 가리키며 “대만과 일본의 굳건한 우의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가고시마산 방어’와 ‘홋카이도산 가리비’라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반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중국 관영매체가 보도했다. 그는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침략 전쟁이 극심한 재난을 초래했고 다카이치 총리 등 일본 정계 인사들이 역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다카이치 총리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과거사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안전보장이사회 토론에서 북한 대표 측은 “국제사회는 일본이 저지른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악질적 반인류 범죄를 기억하고 있다”며 “일본은 자국의 역사적 범죄를 부인하고 배상을 거부하며 심지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