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중앙지검장 “자괴감 드는 시기… 과함 없었나 곱씹어야”

입력 2025-11-21 10:38 수정 2025-11-21 12:29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제66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요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넘어갔던 부족함이나 과함이 없었는지 곱씹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이라고 취임사를 통해 밝혔다.

박 지검장은 이날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근래 불거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 등 여파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박 지검장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8일 사퇴한 정진우 전 지검장의 후임으로, 이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박 지검장은 “최소한 국민에게 수사권 행사의 형평성이 지적되었던 장면들, 무의식적으로나마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언행들을 생각해 보며 성찰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며 검찰 스스로의 반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검찰 조직이 단일 인격체가 아니듯 저마다의 생각과 해법은 같지 않다”며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사의 객관 의무도 거론했다. 박 지검장은 “나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스스로의 관행으로부터도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자”며 “그런 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반추해 보는 노력을 할 때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었던 우리의 땀과 노력을 국민들께서 한분 한분씩 다시 인정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검찰 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 의지도 다졌다. 박 지검장은 “현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찰 수사에 대한 효율적인 사법 통제와 보완 수사야말로말로 국민에게 검찰의 존재의의를 새롭게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분야”라며 “이를 위해 저는 업무 체계 효율성을 살피고 적정한 자원 배치를 통해 구성원 각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 제도 변화와 개편 논의에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 대응하겠다”며 “78년간 국민과 함께해오면서 쌓아온 역량과 가치가 소실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 발전해 나갈 수 있게 서울중앙지검의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