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측이 특검 측 부당이득액 계산이 부당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지난 18일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요인에 의한 주가상승 가능성을 배제한 채 김 여사가 취한 부당이득액을 8억1000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검이 계산한 부당이득액이 그대로 인정될 경우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는만큼, 해당 주장에 대한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 지분 매매기간 동안 시세변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외부요인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20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의견서에 따르면 김 여사 측은 “이 사건 시세조종에는 정상적인 주가변동요인, 그리고 위반행위와 무관한 제3자가 야기한 변동요인에 의한 주가상승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이 김 여사의 주가 조작 가담시기로 특정한 2009~2012년 사이 한-EU FTA 관련 보도, 인수 풍문 등 주가를 상승시킬만한 요인들이 있었던 만큼 특검 측이 이를 제외한 산정액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여사 측은 2023년 신설된 자본시장법 442조의 2가 적용된 것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은 부당이득을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익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김 여사 측은 “죄형법정주의 및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위헌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부당이득 산정이 어렵다는 점을 파고든 주가조작범들이 천문학적인 이득을 얻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신설됐다.
김 여사 측이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입장 개진에 나선 것은 부당이득액 산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처벌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 법원은 10년 이하 징역, 5억원 이하의 벌금만 선고할 수 있다. 반면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라고 판단할 경우 처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부당이득액 3배 이하의 벌금으로 늘어난다. 법원은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
실제로 조항이 신설되기 전 같은 사안으로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았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경우 부당이득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김 여사 측은 해당 판결을 언급하며 “(특검 측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권오수 등과 피고인 사이에는 부당이득액, 적용법조, 처벌범위(형량)에서 모두 차이가 발생하고 피고인은 불리한 처벌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은 전날 재판에서 “김 여사의 매매기간은 두달반에서 석달 사이로 짧았고, 그 사이에 시세변동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준식 박재현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