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등장으로 증권사 실적 양극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에만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IB)과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신규 사업이다. 시중 자금이 대형사에 집중돼 중소형사의 시장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실적 양극화가 분명해지고 있다. 자기자본 약 6000억원의 중소형사 SK증권은 3분기 82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은 적자였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12조원의 한국투자증권은 8352억9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 늘었다.
NICE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총자산이익률(ROA)는 1.6%였지만 3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는 1.0%에 그쳤다. ROA는 기업이 가진 자산을 이용해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대형사가 자산도 많지만, 보유 자산을 더 잘 활용해 이익을 잘 냈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IMA 상품이 출시되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IMA로 조달한 자금을 IB와 대체투자 등 고수익 투자에 나설 수 있어서다.
중소형사는 자기자본을 늘려 추격하는 것 외에는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 금융당국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해 2013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부터 증권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앞으로 중소형사의 먹거리를 위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확충하며 상위사를 추격 중이다. 특히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증가가 가파르다. 지난해 처음으로 자기자본 3조원을 돌파한 대신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위해 현재 3조7000억원대인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안타증권도 이달 1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 확충에 나섰다. 다만 유안타증권 자기자본은 1조6600억원이어서 대형사 합류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해온 중소형 증권사는 이제 어려운 상황이 됐다”라며 “특화할 수 있는 부분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IMA 사업자들도 리스크 관리하면서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IMA 상품과 관련해 불완전판매 발생 시 성과급 환수 등 책임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라고 업계에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시 임직원의 기존 성과급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