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15%↑ 7조 매출 코스트코…한국 기부 14억, 미국 배당 2500억

입력 2025-11-20 16:13 수정 2025-11-20 16:57

창고형 할인점을 앞세운 코스트코가 처음으로 홈플러스를 제치고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자리를 꿰찼다. 한국 시장에서 거둔 막대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을 뛰어넘는 초고액 배당과 미미한 국내 환원 및 상생 노력으로 업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벌어들인 수익이 대부분 해외 본사로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의 올해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은 7조3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6.5% 늘어난 2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수합병(M&A)에 난항을 겪고 있는 홈플러스와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롯데마트가 주춤하는 사이 코스트코가 빠르게 치고 올라온 것이다. 창고형 대형마트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이마트와 코스트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적 성장과 별개로 국내에서 창출한 이익의 활용 방식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올해 당기순이익은 2062억원이지만, 회사는 이를 뛰어넘는 2500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할 계획이다. 순이익 대비 배당률이 121%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코스트코코리아의 배당금이 1500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의 67%였다는 점과 비교할 때 배당 비율은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국내 사회공헌 활동에는 14억원만 집행되며 환원율은 0.68%에 그쳤다. 연 매출 7조원을 돌파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익 구조의 편중성은 앞선 연회비 인상에서도 드러난다. 코스트코는 지난 5월 국내 회원 연회비 3종을 최대 15.2% 인상했는데, 이는 미국과 캐나다의 인상률(8.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제껏 국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의와 지역 상생 방안 논의에도 소극적이었다. 여기에 20년간 가입했던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서도 같은 시기 탈퇴하면서 “국내 책임은 최소화하고 실익만 챙긴다”는 비판이 더욱 확산됐다.

코스트코의 상승세는 대형마트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와 대비된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이후 신용도 하락과 납품 제한 등의 여파가 이어지며 정상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조9920억원에 그쳐 코스트코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롯데마트 역시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5% 감소한 71억원으로 부진했다. 반면 이마트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를 앞세워 선방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트레이더스의 매출은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창고형 유통 모델의 확산이 대형마트 업계 재편 흐름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와 이커머스 강세 속 소비자들의 대용량·가성비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창고형 매장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충성 고객층이 두터운 만큼 당분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