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의 하늘과 들판이 올해도 어김없이 몽골에서 날아온 수백 마리의 독수리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마다 11월이면 시작되는 이 특별한 자연 순례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고성군은 겨울손님을 맞기 위한 생태·관광 준비에 분주하다고 20일 밝혔다.
몽골의 둥지에서 첫 비행을 마친 어린 독수리는 10월 초 고향을 떠나 약 3000km의 긴 하늘길을 건너 경남 고성에 도착한다. 20일에서 한 달 이상 걸리는 대장정으로 고성에 도착한 독수리는 내년 3월까지 머문 뒤 다시 몽골로 귀환한다.
매년 고성을 찾는 독수리는 600~800마리 규모에 달해 고성군에 국내 최대 독수리 월동지라는 위상을 안겨주고 있다. 군은 독수리 보전을 위한 ‘먹이주기 사업’은 물론 독수리 생태체험 프로그램과 생태축제를 함께 운영하며 생태관광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특히 한·몽 문화교류를 기념하는 ‘몽골인의 날’ 특별 행사가 더해져 체험 콘텐츠가 더 풍성해졌다.
군은 1997년부터 독수리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맹금류와 달리 사냥이 아닌 죽은 동물의 사체만을 먹는 독수리는 먹이 부족 시 탈진과 아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27년간 꾸준히 먹이 공급 사업을 이어오는 것이다.
독수리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공간은 고성읍 기월리는 ‘독수리 식당(Vulture Restaurant)’으로 불린다. 겨울이면 수많은 관광객이 기월리를 찾아 독수리가 먹이를 먹고 비행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관찰한다.
2020년 시작해 고성군의 겨울철 대표 생태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고성에서 몽골까지 날아라! 고성독수리’ 생태체험 프로그램은 독수리 먹이활동 탐조, 독수리 생태 배우기, 독수리 모형 만들기, 독수리 탐조 앨범 제작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고성 독수리 여행의 압권은 오전 11시 전후 먹이를 먹기 위해 거류산, 연화산, 천황산 잠자리터에서 기월리 독수리 식당으로 차례로 날아온 수백 마리의 독수리가 상공에서 원을 그리며 활공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고성군은 올 해 ‘제6회 고성독수리 생태축제’를 한·몽 교류가 더해진 글로벌 생태축제로 확장
하고 다양한 특별행사를 준비해 글로벌 생태관광의 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김영국 고성군 관광진흥과장은 “먼 길을 날아온 독수리들이 만들어 내는 겨울 장관을 만끽하고 풍성하게 마련된 축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고성군에 많은 방문객이 찾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