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가 한밤중 휴대폰 보다가…신안 여객선 좌초 책임 일항사·조타수 긴급체포

입력 2025-11-20 15:39 수정 2025-11-20 15:44
19일 전남 신안군 장산면 장산도 인근 해상에서 267명이 탄 여객선이 좌초됐다. 연합뉴스

267명을 태우고 전남 신안군 무인도에 좌초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와 조타수가 해경에 긴급체포됐다. 해경 초기 조사결과 이들은 수동운항을 해야 하는 좁은 수로에서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기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해양경찰서는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를 업무상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해경 전담수사반은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사고 직전 사용 내역을 분석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발생 해역은 협수로(좁은 수로)로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수동운항을 해야 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자동항법장치에 조종을 맡긴 채 휴대전화를 보다가 변침(방향 전환) 시기를 놓쳐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여객선은 족도(무인도)에서 약 1600m 떨어진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야 했지만 A씨 등은 무인도를 100m 앞에 두고서야 이를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여객선은 시속 40∼45㎞(22노트)로 운항 중이었으며, 변침 지점을 지나고 불과 3분 만에 족도에 선체 절반이 걸터앉는 형태로 좌초됐다. A씨는 애초 “조타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수사관의 추궁 끝에 “휴대전화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A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B씨가 외국인 선원인 점 등을 고려해 증건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중이다.

해경은 사고 당시 조타실에 없었던 선장 C씨(60대)도 일등항해사 등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다. C씨는 사고 당시 근무 시간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조타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경은 관련법상 좁은 수로 등 위험구간을 운항할 때 선장이 직접 조타실에서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연구원 등 합동감식반은 이날 오후부터 선체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중이다. 사고 여객선이 자력으로 목포항에 입항한 점을 고려하면 선체 결함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오후 4시45분쯤 제주에서 출발해 목포로 향하던 중 같은날 오후 8시16분쯤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 좌초됐다. 승객 246명은 사고 3시간여 만에 모두 구조됐다. 이중 30명은 사고 당시 충격으로 통증·신경쇠약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사는 만조 시간을 이용해 예인선 4척으로 선체를 들어 올리듯 밀어내 사고 9시간27분 만인 이날 오전 5시44분쯤 자력으로 목포 삼학부두에 입항했다. 선체 외관 파손이나 침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관계자는 “매일 같은 항로를 오가는 선박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운항 과실이 확인됐다”며 “항해사와 조타수 등이 사고 당시 휴대전화로 무엇을 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고 말했다.

목포=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