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장 역임한 원로 무용가 4인의 춤을 한 자리에

입력 2025-11-20 14:47 수정 2025-11-20 14:53
국립무용단의 ‘거장의 숨결’은 역대 단장을 역임한 원로 안무가 조흥동(왼쪽부터), 배정혜, 김현자, 국수호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무대다. (c)국립극장

조흥동(84), 배정혜(81), 김현자(78), 국수호(77). 국립무용단 단장을 역임한 원로 안무가 4명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진다. 국립무용단이 12월 17~18일, 20~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거장의 숨결’은 네 원로 안무가의 작품을 2개씩 나눠 선보일 예정이다.

12월 17~18일은 배정혜(단장 임기 2000~2002, 2006~2011)와 국수호(1996~1999)의 무대다. 배정혜 안무 ‘Soul, 해바라기’는 컨템포러리 한국춤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2006년 초연 이후 2016년까지 여러 차례 재공연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통춤 살풀이로 풀어낸 1막을 선보인다. 이어지는 국수호 안무 ‘티벳의 하늘’은 1998년 초연작으로 당시 파격적인 구성과 철학적 사유가 담긴 몸의 움직임으로 주목받았다. 탄생과 죽음, 환생을 아우르며 인간 존재와 생명의 본질을 동양적 시선으로 사유해 한국무용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배정혜 안무 ‘Soul, 해바라기’를 연습하고 있다. (c)국립극장

지난 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정혜는 “‘‘Soul, 해바라기’는 한국 창작춤으로 세계화를 시도하는 게 쉽지 않았을 때 재즈 음악으로 만들어 좋은 평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수호는 “‘티벳의 하늘’은 초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국내 극장들이 해외 예술가를 부르지도 못할 만큼 어려웠다. 그때 동양의 윤회 사상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보고 싶어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12월 20~21일은 김현자(2003~2005)와 조흥동(1993~1994)의 무대다. 김현자 안무 ‘매화를 바라보다’는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직 당시 초연한 작품으로, 외형적 장치를 최소화한 채 무용수의 호흡과 움직임만으로 전통의 품격을 표현한다. 수묵화 같은 담백한 무대에 김죽파류 가야금산조의 선율이 더해지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어 조흥동 안무 ‘바람의 시간’은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군자의 길을 걷는 삶의 자세’를 한국 남성춤으로 형상화했다. 절제된 동작과 깊은 호흡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남성춤의 정수를 보여준다. 국립무용단 ‘향연’에서 협업했던 정구호가 연출을 맡았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김현자 안무 ‘매화를 바라보다’를 연습하고 있다. (c)국립극장

김현자는 “일생을 전통과 신무용 그리고 현대를 어떻게 수용할지 해답을 찾기 위해 헤맸다. ‘매화를 바라보다’는 그런 고민 속에 전통의 씨줄과 현대의 날줄로 교직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조흥동은 “인격·덕망·학식·품격 등 모든 것을 다 갖춘 상남자의 춤을 한량의 춤이라고 정의한다”며 “내가 평생 춤의 길을 바람과 함께 걸어왔다는 의미에서 ‘바람의 시간’이라고 의미를 붙였다”고 소개했다.

국립무용단은 ‘거장의 숨결’ 사전 프로그램으로 12월 2일 오픈리허설을 개최한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참여해 각 작품의 주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선보인 뒤 작품 설명까지 들려준다. 또 공연과 연계해 12월 19일 열리는 ‘세계 속의 국립무용단, 미래를 향한 창작 발전방안’ 심포지엄은 국립무용단의 정체성과 비전을 논의하게 된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국수호 안무 ‘티벳의 하늘’을 연습하고 있다. (c)국립극장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