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20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은 1심 판단이 3심까지 유지돼도 의원직이나 지자체장 직을 유지하게 됐다. 일반 형사사건에선 금고 이상의 형이, 국회법 위반 사건에선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돼야 직을 상실한다.
나 의원은 무죄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이날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던 나 의원에겐 벌금 2400만원을, 당대표였던 황 전 총리에겐 벌금 총 19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벌금 1150만원을 선고받았다.
현직 선출직 공무원인 이만희 김정재 윤한홍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벌금 850만원, 1150만원, 750만원, 550만원을,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각각 벌금 750만원,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국회 의사결정 방침을 그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고 질책했다.
이어 “분쟁 발단이 된 쟁점 법안 당부(정당·부당함)를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특히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해 동료 의원 활동을 저지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도, 저항권 행사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은 이 사건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며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 총선과 지선을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인 사건을 6년간 사법 재판으로 갖고 온 것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무죄 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원은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면서 “결국 더불어민주당 독재를 막을 최소한의 저지선을 인정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오늘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 의원은 항소 계획을 묻는 말에 “조금 더 판단해보겠다”고 답했다. 황 전 총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짧게 말했다.
나 의원 등은 2019년 4월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거나 의안과 사무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두고 대립을 벌이다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검찰은 나 의원에게 징역 2년, 황 전 총리에게 징역 1년 6개월, 송 의원에겐 징역 10개월과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었다. 올해 3월 사망한 장제원 전 의원은 공소가 기각됐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