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퇴직금 불기소·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수사를 맡은 안권섭 상설특별검사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에 21일까지 특별검사보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안 특검에게 상설특검의 지휘봉을 맡긴 이후 수사 채비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특검 등의 추천 과정에 관여하는 변협 내부 위원회인 사법평가위원회(사평위) 소관 임원이 쿠팡 측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인 점을 두고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변협 측은 해당 임원이 쿠팡 관련 사건을 맡고 있지 않고, 사평위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미친 적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전날 오후 4시쯤 소속 변호사들에게 ‘관봉권 띠지 폐기·쿠팡 불기소 사건 관련 특별검사보 적임자 추천 요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변협은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상설 특별검사의 요청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무 수행을 보좌할 특별검사보 적임자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무수행 예정기간은 이달 말부터 2026년 2월말까지”라며 “특별검사보의 보수와 대우는 검사장의 예에 준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21일 오후 6시까지 특검보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앞선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서 추천 기한이 다소 짧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 변협은 “이번 특검보 적임자 추천 건에 대해서도 활동 기한 등 여러 제약으로 인해 추천 기한을 충분히 부여치 못한 점을 양해바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특검·특검보 후보를 추천하는 사평위 소관 임원이 김앤장 소속 A 법제이사인 점을 두고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앤장이 쿠팡 측을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협 임원 출신 변호사는 통화에서 “쿠팡이 수사 대상인 상황에서 쿠팡 측을 대리하는 김앤장에 소속된 변호사가 특검 후보 등을 추천하는 과정에 관여돼 있다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제보에 의하면 변협 수뇌부에 쿠팡 대관 담당 임원이 부회장과 이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며 “이사 중에는 김앤장 소속도 있다. 김앤장은 쿠팡의 법률 대리인”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 후보 등을 추천하는 독립적 인사추천위원회인 사평위를 통해 공정하게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현재 사평위 위원은 총 35명이며, 일부 위원이 추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변협 측 설명이다.
변협 관계자는 “A 이사는 김앤장 소속이지만 쿠팡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 않고, 법제이사라서 당연직으로 사평위 소관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A 이사는 “사평위 주무 이사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간사직을 맡고 있지 않고, 회의 운영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변협은 앞서 특검 후보를 추천했지만 최종 선정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향후 특검보 후보 추천도 사평위를 거칠 전망이다. 변협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변협회장의 인사 추천권 행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말이 많았다”며 “제척·기피 등 규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