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 전면 중단을 지시하면서 공공기관이 해외에 보유한 자산 매각 절차도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한국전력공사의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소 지분 매각 절차, 한국석유공사의 대표적 부실 자산인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매각 절차도 포함돼 있다. 2040년 탈석탄을 표방하고도 화력발전 매각을 중단한 점에서는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시급한 부실 자산 정리까지 멈출 필요가 있냐는 비판도 따라붙는다.
20일 한전에 따르면 필리핀 세부 석탄발전소 ‘KEPCO SPC Power Corperation’(KSPC) 지분 매각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한전은 최근 국내 삼일PwC와 필리핀의 PwC Philippines 두 곳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에 나섰다. 한전이 보유한 지분 60%가 매각 대상이다. 지분 가치는 15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이를 포함해 모두 5곳의 해외 사업을 정리 중인데, 나머지 사업 역시 매각 중단 상태로 확인됐다. KSPC 지분을 포함해 5곳의 매각액 규모는 2700억원에 달한다.
한전 외에 다른 공공기관들도 해외 자산 매각 절차에 급제동을 걸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인수한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매각을 진행하다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우라늄 광산을 개발하는 니제르 테기다 프로젝트 투자법인 지분 80%를 포함해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지분, 호주 토가라노스 유연탄 광구 지분, 중국과 합작해 희토류를 생산하는 ‘서한 맥슨 희토류 가공사업’ 지분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헐값 매각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본다면 해외 자산 매각 중단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KSPC 지분과 같은 경우 한전이 지난해에만 280억원 이상 배당금을 받은 ‘알짜배기’ 해외 사업으로 분류된다. 2조원을 투자한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지분이나 중국 내 희토류 생산 기지 지분 49% 등도 광물자원 확보 차원에서 보면 유지 필요성이 충분하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매각 중단을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 부분도 있다. 한전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탈석탄 정책을 감안하면 KSPC 지분 매각 중단은 이율배반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제30회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해 2040년까지 탈석탄을 공언했다.
빨리 정리할수록 이득인 부실자산 매각까지 중단한 점도 문제다. 하베스트 에너지는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의 대표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인수액과 출자 및 대여금을 포함해 2023년 기준 55억9000만 달러(약 8조2084억원)의 손실을 봤다. 인수액을 빼고 손실을 메우는 데만 십수년간 16억4000만 달러(약 2조4093억원)가 들어가 ‘돈 먹는 하마’란 별명도 붙어 있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현재 주무 부처와 (매각 절차 재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