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보다 ‘경제’…트럼프, 조지아 단속에 “바보같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

입력 2025-11-20 06:49 수정 2025-11-20 09: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한국인 직원 단속 사태에 대해 “바보 같다”며 외국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반발에도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외국 전문 인력에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 이념’보다 경제를 강조하는 모습이지만 물가 인상 탓에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는 또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한국 배터리 공장 노동자 단속을 언급하면서 “난 ‘바보같이 그렇게 하지 말라(Don't be stupid)’고 했고 우리는 이걸 해결했으며 이제 그들(한국인 노동자)은 우리 국민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배터리는 제조 과정이 위험하다. 사람들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그들(한국 기업)은 공장을 짓기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또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을 거론하며 “매우 복잡한 공장을 건설해 운영하려면 수천 명의 외국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난 그런 사람들을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칩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과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며 “실업자 대열에서 사람을 고용해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나의 보수 친구들을 사랑하고 마가를 사랑하지만 이게(외국 전문 인력 수용) 마가”라며 “그 사람들은 우리 국민에게 컴퓨터 칩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며 짧은 기간에 우리 국민은 일을 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아마도 그들이 항상 가고 싶어 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 대해 “그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의 애국자들이지만 단지 이해하지 못할 뿐”이라며 “공장과 장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사람들이 공장을 열고 운영하며 가동하기 위해 자기 나라에서 자기 사람들을 많이 데려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최근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발언도 내놨다. 그는 “내 지지율이 막 내려갔지만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엄청 올라갔다”고도 했다. 최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 의혹과 물가 상승으로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공영방송 NPR과 PBS,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10∼13일 성인 14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39%로 2021년 1·6 의회 폭동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57%가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인하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민 단속 문제는 16%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자들조차 물가인하가 최우선과제라고 답한 비율이 40%로 이민 문제 34%보다 앞섰다.

또 ‘지금 중간선거가 치러진다면 어떤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5%는 민주당을, 41%는 공화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이 14%포인트나 앞선 것은 2017년 이후 최대 격차라고 NPR은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