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6000t급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좌초 원인으로 방향 전환 시기를 놓치는 등의 운항 과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상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해상 사고는 취역 후 처음이다. 목포해경은 매일 오가는 길목에서 대형 여객선의 선체 절반가량이 무인도 위에 걸터앉은 이례적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전담반을 설치했다.
수사 전담반을 구성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채수준 서장 등 지휘부는 20일 전남 목포시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취재진과 만나 “배가 변침(방향전환)을 뒤늦게 해 평소 항로를 벗어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용진 해경경찰청장도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인 신안군 장산도 인근 해상은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가 빼곡한 협수로다. 이 지역에서는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해 통상 선박은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해 운항하지 않는다. 해경은 항로변경 시기를 놓친 과실이 중대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해경은 당초 알려졌던 발생 시각인 전날 오후 8시17분보다 1분 이른 8시16분 선박교통관제센터(VTS)를 통해 퀸제누비아2호로부터 신고를 접수했다고 전했다. 최초 신고자는 1등 항해사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선장과 항해사 등의 음주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파도 높이는 약 0.5m로 잔잔했다.
해경은 119상황실 최초 신고자는 승객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선사와 승무원들의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해경은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승객 전원을 함정으로 이송한 뒤 여객선에 남아있던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선내에서 확보한 항해 기록 저장장치(VDR),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수사할 방침이다.
무인도에 좌초했던 선체는 예인선에 의해 바다로 다시 띄워졌고 자체 동력으로 목포항에 돌아왔다.
지난해 2월부터 목포~제주 항로를 운항한 퀸제누비아2호는 장산도 인근 해상을 하루 2차례 오간다. 장산도는 진도, 해남과 인접한 신안의 비연륙도서로 연안 여객선들의 항로에 둘러싸여 있다.
장산도 남쪽 무인도인 족도에 좌초한 퀸제누비아2호는 총배수량 2만6546t에 최대 1010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카페리다. 2021년 12월 취역 당시 선명은 비욘드트러스트호였으며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만에 인천~제주 구간을 운항했다. 운영사가 바뀌면서 이름도 퀸제누비아2호로 바뀌어 목포~제주 항로에 투입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