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 안 만났다”는 서영교, 쿠팡·변협 겸직 논란 알고 있었다

입력 2025-11-19 17:04 수정 2025-11-19 17:50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임원 오찬 회동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은 이같은 논란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고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뉴시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 대관 상무와의 오찬 회동을 두고 “대한변협과 만났을 뿐 쿠팡은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쿠팡 대관이 변협 간부를 겸하는 이해충돌 논란이 공식적으로 제기될 당시 서 의원도 질의를 지켜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에 따르면 이 임원의 사표가 오찬 회동이 있었던 18일 저녁에야 수리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 의원이 겸직 사실을 알면서도 반쪽자리 해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문제가 된 임원은 “쿠팡으로부터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아서 퇴사 절차가 다 끝났다”고 주장해 구체적인 퇴사 시점에 대해서는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모습. 추미애 위원장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 쿠팡 임원이 대한변협 간부로 활동하고 있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서 의원(아래 노란 원)도 해당 질의 내용을 지켜보고 있었다.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캡처

19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지난달 30일 국정감사 영상 회의록에 따르면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제보에 의하면 변협 수뇌부에 쿠팡 대관 담당 임원이 부회장과 이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며 “이사 중에는 김앤장 소속도 있다. 김앤장은 쿠팡의 법률 대리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충돌 소지도 있고 해서 대한변협의 의뢰로 (상설특검 후보) 추천하는 것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관련 법률 규정에 의해 (대한변협이) 당연직으로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상설특검법은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특검 후보자추천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쿠팡 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에 김정욱 변협회장이 참여했었다.

서 의원 역시 이같은 질의응답이 진행될 때 법사위원석에 앉아 내용을 지켜보고 있었다. 쿠팡 임원이 변협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것이다. 이후 쿠팡 임원의 대한변협 간부 겸직 논란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실제로 서 의원의 오찬 회동에서 쿠팡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국회에서도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사안이다. 모르고 만났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전날(18일) 서 의원이 김정욱 변협회장과의 오찬 회동이다. 이 자리에는 변협 정무이사이자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됐던 A변호사도 배석했다. 국회 법사위의 지적 이후 쿠팡 측은 A변호사의 사직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서 의원과의 오찬 회동이 있던 날까지도 사직 절차가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의 보좌진이 김 원내대표에 보여준 텔레그램 메시지. 해당 메시지에는 서 의원이 대한변협 회장, 쿠팡 상무와 오찬 회동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적혀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서 의원은 “변협을 만났을 뿐 쿠팡은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쿠팡 측은 서 의원과의 회동이 논란이 된 18일 저녁에서야 A변호사의 사직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퇴사 시점이 회동 이전인지 이후인지를 두고서는 쿠팡 측과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A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로부터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아서 퇴사 절차가 다 끝났다”며 “언뜻 보기에는 부적절해보이지만 쿠팡과의 관련성은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관련한 논란을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 서 의원은 “대한변협과 만났고 대한변협에 수행 온 사람들이 같이 있었을 뿐”이라며 “이 자리에서 쿠팡의 ‘쿠’도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논란의 시발점이 된 텔레그램 메시지 작성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 의원은 “어떤 인간이 어떻게 공작했는지 다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는 김병기 원내대표의 보좌진이 운영위 회의 도중 김 원내대표에게 보여준 내용이다. 해당 메시지에는 서 의원이 쿠팡 상무와 만난다는 내용과 함께 ‘부적절’하다고 적혀있었다.

서 의원이 메시지 작성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김 원내대표와 서 의원 사이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메시지가 김 원내대표의 핵심 참모 휴대전화에서 나온 만큼 수사가 시작된다면 해당 참모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