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선 고속철도(KTX·SRT) 공급이 늘어나는 철도 이용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북 전주권의 이동성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주역 열차 운행 횟수가 전국 주요 광역권에 비해 뚜렷하게 낮아 구조적으로 고속철도망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전북 전주시정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권 철도 수단분담률은 2023년 기준 0.3%로, 승용차(88.8%)와 버스(10.9%) 중심의 이동 구조가 고착화됐다. 익산·군산·김제·완주 등 전주 생활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철도 이용률은 큰 차이가 없다. 수도권(18.5%), 부산·울산권(7.6%), 대구권(7.0%) 등 다른 광역권은 철도 비중이 크게 높아 전주권의 공급 부족이 수치로 드러난다.
핵심은 전라선 공급량이다. 전라선 KTX·SRT 운행 횟수는 전주역 기준 1일 46회로 호남선(92회), 경부선(216회)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같은 고속철도망임에도 전라선만 공급이 제한돼 주말·평일 오후(14~20시)에는 서울·광명행 열차 예매 실패가 일상화돼 있다.
전주시민 신모씨(31)는 “출퇴근 시간대 KTX 표 구하기도 어렵고 SRT는 차편이 적어 수서까지 따로 가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며 “좌석 증편과 추가 열차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라선 증편이 어려운 구조적 요인으로 선로 용량 포화, 분기 병목, 제로섬 배차 구조를 지적한다. 고속철도는 동시에 두 열차가 같은 선로를 사용할 수 없어 계획된 운행이 필수인데, 서울에서 내려오는 주요 분기 구간의 용량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익산역을 중심으로 호남선·전라선이 분기되는 구조가 전라선 증편의 가장 큰 기술적 제약으로 꼽힌다.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가 익산에서 갈라지기 때문에 익산~서울 구간은 상대적으로 열차가 많지만, 전주는 분기 후 한 갈래로만 연결돼 공급 확대에 구조적 한계가 생긴다.
정책 대안으로는 주말·평일 최고조 시간대 전라선 추가 투입, 타 노선 차량의 전주역 정차 전환, SRT 전라선 투입 확대, 전라선 전체 배차 재조정 등이 거론된다.
김관용 전주시정연구원 교통분야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KTX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대부분 주요 구간의 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전주역이 단선이 아님에도 증편이 어려운 이유는 분기 병목과 익산 중심의 회차·정비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