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세종병원은 캄보디아 국적 A양(17), 필리핀 국적 B군(4)·C양(2) 등 해외 선천성 심장병 환아 3명에 대한 수술 및 시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회복해 최근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A양은 태어나면서부터 좌심실·우심실 및 좌심방·우심방 사이의 중간 벽(중격)에 구멍(결손)이 있는 심실중격결손(VSD), 심방중격결손(ASD)을 보였다. 이 상태로 17년간 살아오다 몇 년 전부터 숨이 차고 일상 생활하는 게 점점 힘들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선천성 심장병 여부를 발견했다.
이후 지난 4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찾아가는 의료나눔을 펼치던 부천세종병원 의료진과 만나 치료의 시급성을 확인한 뒤 이번에 한국으로 초청됐다. 내원 당시 A양은 결손이 2㎝ 이상으로 매우 크고 중증의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되는 등 ‘아이젠멩거 증후군’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아이젠멩거 증후군은 심실 혹은 심방중격결손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폐동맥 고혈압 등 합병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면 결국 폐혈관이 망가져 산소가 포함된 혈류를 온몸으로 잘 보내지 못하게 되는데, 시기를 놓치게 되면 안타깝게도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다. A양은 무려 17년간 이 상태가 방치된 상황.
그럼에도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먼저 심도자술로 정확한 폐동맥 압력 및 폐 저항값을 평가 및 진단한 뒤 소아심장 의료진 회의를 개최, 약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수술하기로 결론을 냈다. 여기에 국내 유일 심장전문병원 부천세종병원의 수십년 노하우를 담은 심장재활 치료를 수술 전부터 시행해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A양은 정중흉골절개하 심실중격결손 패치 부분 폐쇄술, 심장중격결손 패치 부분 폐쇄술을 받고 마침내 회복했다.
주치의 김정윤 과장(소아청소년과)은 “A양은 치료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는 그 자체에 연신 감사를 표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소녀에게 마침내 기적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B군은 심실중격결손(VSD)과 우심실 유출로 협착을 보였다. 우심실 유출로 협착은 우심실 심근이 과도하게 비대해 폐로 가는 혈류의 경로가 좁아진 상태다.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결손 폐쇄술과 협착 교정술을 B군의 오른쪽 옆구리를 통한 최소침습방식으로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심방중격결손(ASD)으로 진단된 C양은 허벅지 혈관에 미세도관(카테터)을 삽입해 심장으로 접근, 결손을 막는 경피적 심방중격결손 기구 폐쇄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이번 캄보디아 및 필리핀 환아 의료나눔의 주치의와 집도의는 각각 장소익·김정윤 과장(소아청소년과), 김응래 과장(심장혈관흉부외과)이 맡았다. 또 국내 초청과 진료비·체류비 등 후원은 유어프렌즈, 구세군한국군국, 한국심장재단, 세종병원(의료나눔 후원금 사랑yes)이 담당했다.
이명묵 부천세종병원장은 “대부분의 선천성 심장병은 늦지 않게 치료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며, 치료 후에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며 “아직 병변을 알기조차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많은데, 제때 수술 및 시술을 받아 건강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