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 학생도 학생”…분교 전락 위기에 처한 시골 학교 운명은?

입력 2025-11-19 11:34
김천 증산초등학교 전경. 연합뉴스


경북도교육청이 김천시 증산초등학교를 분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뒤늦게 학업에 나선 고령의 학생들을 학생 정원에 포함하지 않은 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증산초발전위원회 등 지역 단체는 19일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청은 학령 초과자의 교육권과 지역 소멸 방지를 위한 증산면 구성원들의 노력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증산초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실상 폐교 수순으로 이어지는 부당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령 학생도 분명히 학습 욕구가 있는 학생인데도 정책적 이유로 학생 수 산정에 제외하는 것은 교육기본권 침해”라며 “형식적 기준에 맞춘 통폐합 논리를 중단하고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증산초교는 오랜 기간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해 온 학교”라며 “학교 통폐합은 지역 소멸로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증산초 분교 전환과 통폐합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교육청은 증산초 취학 의무 대상자(만 6∼12세) 수 감소 등을 이유로 분교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학생 수 15명 이하 학교를 대상으로 통폐합 등 적정 규모 학교 육성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2023년 7월 증산초 분교장 개편을 시작으로 2024년 7월 행정예고를 거쳐 증산초교를 2026년 3월 개교 예정인 지품천 초등학교의 분교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2026학년도 초·중학교 학급편성 지침’에서 초등 학급편성 기준 인원 산정 시 ‘학령 초과자를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령 초과자들도 헌법상 교육권이 보장돼야 하는 학생은 맞지만, 학급 편성 인원에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분교로 개편되면 통폐합 기금 5억원이 확보돼 시설 개선과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취학 의무 대상자 8명의 성장 단계에 맞는 교육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정 규모화가 필요하다”며 “통폐합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증산초교 분교장 전환(안)은 최근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심의가 보류됐으며 연말에 재심의될 예정이다.

현재 증산초에는 취학 의무 대상자 8명과 학령 초과자 15명 등 총 23명이 재학 중이다.

평균 연령 79.5세인 학령 초과자 15명은 수료 기준인 당해 수업일수 3분의 2 이상이 남은 지난 2024년 5월 20일 증산초에 정식 입학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